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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현 한글그림4-7 재와줍서ㅣ판지에 아크릴물감 42×42cmㅣ2018 . 아래 글 몇 줄은 재와줍서 작업을 하며 떠오른 느낌을 끄적거려본 것이다. 재와 줍서(재워 주세요) 할머니는 구성지게 웡이자랑 부르시며 아기구덕 흔드시고 흔들흔들 웡이자랑 기분좋은 재와줍서 재와줍서 흔들흔들 모든것은 희미해져 할머니의 웡이자랑 재와줍서 흔들흔들 . . 나는 이때 작업하기에 앞서 제일 먼저 제주의 민요와 관련된 자료집들을 전부 꺼내어 뒤졌다. 작업실과 서재에 흩어져있는 것들을 모두 한 곳에 모아놓고 하나하나 뒤져가면서 내가 원하는 부분들을 찾기 시작하였다. 제주의 민요 전체를 조사하다 보니 작업의 방향이 애매해졌다. 자칫 잘못하면 갈팡질팡 헤맬 수도 있겠다 싶어서 자장가 웡이자랑 만을 집중적으로 다루기로 하였다. (제주어 전반에 걸친 것을 한 번에 다루는 것은 무리이기 때문에 차차 주제별.. 더보기
이승현 한글그림4-6 마음의색ㅣ판지에 아크릴물감 42×42cmㅣ2018 ‘미음’과 ‘이응’ 제각각 색이 다른 판지 여러 개에다가 ‘마음’ 두 글자의 ‘ㅁ’과 ‘ㅇ’을 그려 넣었다. 그중에서 색이 어울린다 싶은 네 개를 골라 큰 판넬에 붙여서 완성한 것이다. 웡이자랑 연작을 하면서도 늘 마음 한 구석을 떠나지 않던 작업, 단 한 점이라도 해보고 싶어서 기어이 마무리했던 작품이다. 이런 작업은 이것이 딱 하나뿐인데 앞으로 차차 더 그릴 생각이다. 더보기
이승현 한글그림4-5 웡이자랑1 우주도ㅣ판지에 아크릴물감 42×42cmㅣ2018 [도구] 작업을 마음 놓고 하기 위해서는 좋은 도구가 가장 필요하다. 원하는 효과를 잘 내기 위해서는 재료와 모양이 알맞아야 한다. 나는 그런 점들을 고려해서 틈틈이 새로운 도구를 만들어서 써 오고 있는데 그렇게 계속해서 만들다 보니 제법 격을 갖춘 도구들이 모이고 있다. 앞으로도 필요하면 수시로 만들어 쓸 생각이다. 그렇게 해서 재미있는 도구들이 많이 모이면 언젠가는 도구들을 이용해서 설치 작업을 해도 되겠다 싶은 생각이 든다. 어쩌면 그것이 또 다른 나의 작품세계가 될지도 모르겠고... 나의 이런 작업에 대해서 궁금해하던 어떤 이는 내 작업에 대한 설명을 듣고 나더니 미니 전동드릴로 섬세한 부분을 쉽게 작업하면 어떻겠느냐고 권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것은 작업의 특수한 상황을 몰라서 하는 소리다. 드.. 더보기
이승현 한글그림4-3 웡이자랑ㅣ판지에 아크릴물감 42×42 cmㅣ2018 작품들마다 ‘웡이자랑’ 네 글자만을 넣더라도 제각각 바탕색과 글꼴에 변화를 많이 주어서 작품마다 고유한 느낌이 나도록 만들려고 애를 썼었다. 이것도 그렇게 만든 작품들 중 하나인데 네 글자를 화면에 꽉 차도록 배치하면서 가운데에 위치하는 요소들 만을 두드러지게 보이도록 하였다. . [작품포장, 운송, 설치] 다섯 번째 개인전을 제주에서 열기로 하고 제일 먼저 고심했던 것은 작품 운송 문제였다. 상주에서 제주까지, 장거리 운송에서 일반 화물과 마찬가지로 마구 다루어도 파손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제일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였다 제일 쉬운 방법은 두루마리 형식이다. 한창 때는 두루마리 형식을 즐겨 썼었기 때문에 그런 문제를 쉽게 해결한 적도 많았었다. 하지만 이때 만들었던 그림들은 매우 두껍기 때문에 두루마리.. 더보기
이승현 한글그림4-3 웡이자랑1 바당ㅣ판지에 아크릴물감 42×42cmㅣ2018 글꼴이 흐트러지면서 그림 속에 숨어들게 만드는 것이 내 의도인데 2018년 작품들은 그런 단계로 들어가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것들이 많다. 이 그림은 아직 글꼴이 온전하게 남아있는 단계이다. . [재료] 작품을 상주에서 제주까지 보내려면 어쩔 수 없이 택배를 이용하는 수밖에 없다. 가고 오는 동안 파손이 되지 않도록 하려면 웬만한 충격에는 파손되지 않을 단단한 재료를 써야 한다. 궁리 끝에 폐지를 수없이 붙여서 판지를 만들어 쓰기로 했다. 규격이 크면 마른 후에 뒤틀림이 심하게 생기기 때문에 구하기 쉽고 다루기도 편한 A4용지를 활용하기로 했다. A4용지 21cm 정방형으로 잘라서 20겹을 붙이니 다루기에 좋은 판지가 만들어졌다. 기왕이면 만드는 김에 두고두고 쓸 만큼 만들어두자 싶어서 집안 구석구석에 처.. 더보기
이승현 한글그림4-2 웡이자랑 고체ㅣ판지에 아크릴물감 42×42cmㅣ2018 이번에는 모음의 점획을 붙여서 나타내었다. 물감칠 하는 과정이 앞 작품과 같기 때문에 글자와 바탕색도 거의 같다. [한글서체] 나는 제법 오래전부터 한글 서체와 관련된 서적과 자료들을 사 모으면서 다양한 글꼴들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 그리고 따라 그리기도 계속해 오고 있다. 그중에서도 한글서예대자전(김용귀 엮음, 도서출판다운샘)은 내 작업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여기에는 판본체를 비롯한 다양한 고전 서체들이 실려 있다. 그 서체들 속에 숨겨진 특징을 찾아내고는 다시 그것을 응용해서 작품에 그려 넣는 것이 내가 하고 싶은 일이다. 하지만 많은 글귀를 다루기에는 역부족이라서 아리랑, 웡이자랑 등 몇 글귀만 대상으로 삼아서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해 오고 있다. 더보기
이승현 한글그림4-1 웡이자랑 고체점ㅣ판지에 아크릴물감 42×42cmㅣ2018 판본체의 글꼴을 생각하며 그렸는데 모음의 점획은 떼어서 점으로 나타내었다. . [기법] 판지에 아크릴 물감을 물에 아주 묽게 개어서 여러 색을 순서대로 겹칠을 반복한 후 그것을 갈아내면서 글꼴을 만들어낸 것이다. 한번 칠할 때의 물감은 일반 페인트칠 보다 더 묽게 칠하기 때문에 그 두께는 아주 얇다. 하지만 색의 수가 4~5색 정도 되고 그 칠하는 횟수가 20여회가 되기 때문에 다 칠하고 나면 100겹(layer) 가까이 된다. 아주 묽게 개어서 칠하였지만 그래도 제법 두께가 생긴다. 글꼴은 그 물감의 두께가 연마작업에 의해서 깍이면서 만들어진 것이다. 더보기
이승현 한글그림2-3 작은 웡이자랑 빛ㅣ판지에 아크릴물감 26×26cmㅣ2018 이 그림은 바탕에 어두운 부분에서부터 밝은 부분까지의 단계를 깔아주면서 웡이자랑 네 글자가 희미하게 보이게 하려고 했던 것이다. 하지만 글꼴이 너무 틀에 박힌 글씨여서 재미가 없게 되어버렸다. 이 그림을 볼 때마다 글꼴에 변화를 많이 주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이 그림을 비롯한 대부분 작품들은 ‘웡이자랑’ 네 글자가 대부분이다. 다른 사설을 덧붙인 것들도 있기는 하지만 몇 구절에 지나지 않는다. 한정된 글귀를 가지고라도 다양한 글꼴을 만들어서 다양한 작품들을 만들어내는 것이 우선 해야 할 일이다. 기왕이면 내용도 좋고, 글자 모양도 멋있는 글자가 얻어걸리면 좋겠지만 그런 글귀를 만나는 것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 지금 올리고 있는 작품들은 2019년에 #갤러리둘하나(제주시 이도1동주민센터에서 .. 더보기
이승현 한글그림2-2 웡이자랑 따뜻ㅣ판지에 아크릴물감 26×26cmㅣ2018 하다 보니 글꼴이 화면을 꽉 채워버렸다. 이 작품을 볼 때마다 여백이 좀 더 있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늘 든다. . 20 색상환의 색을 바탕색으로 해서 20점 연작을 하겠다고 시작한 두 번째 작품인데 어제 올린 단잠에 이 첫 번째 작품이다. 이 두 점을 하면서 무슨 생각을 또 했는지 하다 보니 나도 모르는 사이에 또 다른 작업을 하고 있었다. 항상 이게 문제다. 뭔가 떠오르면 바로 일을 벌이면서 앞서 하던 작업은 언젠가는 다시 하면 되겠지 하고 숙제로 미뤄버리는 나쁜 습관이 있다. 그렇게 밀린 숙제들이 꾸역꾸역 쌓이고 있다. 올겨울에는 새 작업은 하지 말고 밀린 숙제나 좀 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더보기
이승현 한글그림2-1 단잠ㅣ판지에 아크릴물감 26×26cmㅣ2018 ‘ᄃᆞᆫᄌᆞᆷ 재와줍서’ 이 그림은 ‘아기가 잠을 아주 달게 잘 수 있도록 재워주십사’라고 하는 제주도 자장가 웡이자랑 사설 중의 일부 ‘단잠(sweet sleep)’을 그린 것이다. 제주에서는 단잠을 ‘ᄃᆞᆫᄌᆞᆷ’으로 발음한다. . 2019년 1월 제주에서 작품전을 할 때에 관람하던 어린 학생들이 이 작품을 보면서 ‘돈 좀 달라는 얘기인가?’라고 하며 웃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은 적이 있었다. 아마 요즘 제주의 젊은 층에서는 어른들의 ‘아래아’ 발음을 따라 하지 못하고 ‘오’로 발음하는 경우가 많은 모양이다. 요즘 제주어의 아래아가 자주 왜곡되게 발음되고 표기되는 경우가 많은 데 ‘ㅇ..망지다’, ‘ᄀᆞᇀ이’, ‘ᄆᆞᆯ’, ‘ᄆᆞᆷ국’ 따위가 그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특히 ‘ㅇ..망지다’(야무.. 더보기
이승현 한글그림1-4 웡이자랑 잘도잔다ㅣ판지에 아크릴물감 21×21cmㅣ2018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을 담다. ‘잘도 자는’ 모습을 그렸다기보다는 웡이자랑에 대한 나의 생각, 즉 내가 늘 품고 있는 자장가에 대한 소중한 마음을 그린 것이라 할 수 있다. ‘잘’의 받침 ‘ㄹ’, ‘도’의 첫 음 ‘ㄷ’, ‘잔’의 ‘자’, ‘다’의 ‘ㄷ’을 화면 가운데에 따로 모았다. 획을 굵게 해 주고 색도 환한 느낌이 들도록 노랑을 입혔다. 그 모양을 예스러운 문자(이를테면 한자의 전서체)처럼 보이도록 만들어 화면 한가운데 배치하여 생동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였다. 내 ‘웡이자랑’은 늘 이렇게 마음속에 깊이 잡고 있다. 더보기
이승현 한글그림1-3 웡이자랑ㅣ판지에 아크릴물감 21×21cmㅣ2018 ‘웡’의 첫 ‘ㅇ’을 화면 위쪽 가운데에 커다랗게 배치하여 시선을 끌도록 하였다. 그 위에 화면 꽉 차게 ‘이’가 있고 화면 아랫부분에 ‘자랑’이 있다. . 지금 기억해 보니 내가 어려서 웡이자랑을 들었을 때 가장 강하게 나를 사로잡은 것은 첫 부분인인 ‘웡이’였던 것 같다. 노래란 것이 원래 그렇겠지만 지금도 ‘웡이’ 부분만 떠올리면 저절로 자장가 선율과 함께 어린 시절의 아련한 기억의 흔적들이 흐릿하게 떠오른다. 아마도 그 느낌이 머릿속을 뱅뱅 맴돌 때 이 그림을 그렸던 것 같다. 더보기
이승현 한글그림1-2 웡이자랑ㅣ판지에 아크릴물감 21×21cmㅣ2018 ‘웡’은 크게 왼쪽에, ‘이’는 크게 오른쪽에, ‘자랑’은 그 사이에 위아래로 자리 잡고 있다. . 나에게 있어서 ‘웡이자랑’은 소리의 고향이다. 어린 시절 할머니께서 불러주셨던 자장가 ‘웡이자랑'. 그 사설이야 일일이 알아듣지 못하였고 기억도 나지 않지만 그 선율만큼은 지금도 생생하게 귓가를 맴돈다. 그 구성진 선율은 요즘 흔히 듣는 음악처럼 세련되거나 감미롭지는 않지만 늘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고 평온한 세계로 나를 이끌어 포근히 감싸 안아주었었다. 이 세상의 그 어떤 음악도 그 선율을 대신하지는 못할 것이다. 나는 그 소리의 세계를 그림으로 그릴 수 있을까? 더보기
이승현 한글그림1-1 웡이자랑 자주ㅣ판지에 아크릴물감 21×21cmㅣ2018 2018년은 감 그림과 제주의 자장가를 한글 그림으로 그렸던 해이다. ‘웡이자랑’ 네 글자를 다양하게 변형시켜 가면서 한글을 그림으로 만든 작품들 중 하나인데 왼쪽 위에는 ‘웡’, 오른쪽 위에는 ‘이’, 왼쪽 아래에는 ‘자’, 그림 가운데와 오른쪽 아래에는 ‘랑’이 있다. . ‘웡이자랑’은 제주의 ‘애기구덕 흥그는 소리’(아기 침대 흔드는 소리-자장가) 후렴구에 나오는 소리이다. ‘웡이’의 뜻은 알 수 없으나 ‘자랑’은 아마도 잘 자라는 뜻이 아닐까 하고 짐작해 본다. 잠들기 전에 눈을 감으면 어둠 속에 둥둥 떠 다니는 것들이 보인다. ‘웡이자랑~웡이자랑~’ 소리를 들으며 흔들거리다 보면 어느새 깊은 잠에 빠져들게 된다. 아마 그랬을 것 같다. ........... -웡이자랑(웡의자랑, 왕이자랑, 왕의자.. 더보기
이승현 한글그림 한글아리랑ㅣ판지에 아크릴물감 21×21cmㅣ2018 ‘한글’과 ‘아리랑’ 다섯 글자가 어떤 것은 뚜렷하게 어떤 것은 희미하게 숨어있다. 2014년에 거의 똑같은 그림을 그린 적이 있는 데 조금 더 빛깔이 뚜렷하고 밝게 보이도록 다시 그렸던 것이다. 한눈에 보아도 그전 그림보다는 생생하고 힘차 보인다. . 예전에 그렸던 그림을 보면 아쉬운 게 많아서 다시 그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는데 앞으로는 그럴 때마다 이렇게 작은 그림으로라도 다시 그려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더보기
이승현 한글그림 한글 이응ㅣ판지에 아크릴물감 21×21cmㅣ2018 나도 한글에 대한 사랑이 남 못지않다. 나는 오랫동안 한글의 모든 것에 대하여 줄곧 생각해 왔었다. 한글로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 말이다. 내가 맨 먼저 마음을 쏟은 것은 ‘소리’와 ‘모양’과 ‘뜻’이었다. 한글에서 소리의 울림을 두드러지게 나타내는 것은 이응이고, 모양이 으뜸으로 멋있는 것은 히읗이며, 이 세상 모든 것을 담을 수 있는 큰 뜻을 품은 것은 것은 아래아(.)라고 생각해 왔다. 그래서 이때는 소리의 울림이 가장 잘 나타나는 ‘ㅇ’, 그리고 아래아(.)와 으(ㅡ)모음이 같이 나타나도록 그려 본 것이다. 소리의 울림을 그림으로 나타내었기 때문에 이응을 그렸지만 아래아(.)와 으(ㅡ) 모음도 같이 나타나도록 하였다. 그러니까 크게 ‘ㅇ’이 있고 그 안에 ‘응’이 있는데 ‘ㅇ’ 모양을 점 모양으로 .. 더보기
이승현 한글그림 이응-소리나는 물건ㅣ판넬 혼합재료 33×30cmㅣ2018 나는 이응이 우리 소리 중에서 울림이 가장 좋은 자음이라고 생각해오고 있다. 그래서 판넬 가운데에다가 이응 모양을 그려놓고 그 위에 내가 만든 막피리*를 걸어 놓았다. . *막피리(내가 지은 이름이다) 내가 오랫동안 품어왔던 몇 가지 꿈 중 하나는 피리 하나라도 직접 만들어서 불어 보는 것이었다. 내 나이 쉰대여섯 쯤 되었을 때 아이리쉬 휘슬을 본떠서 나에게 맞는 막피리를 만들기 시작하였다. 나는 코에 문제가 많아서 콧구멍이 자주 막히기 때문에 숨쉬기 거북할 때가 많다. (그런데도 어쩌다가 가끔 뚫릴 때면 나는 개코처럼 냄새를 아주 잘 맡게 되기도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입으로 부는 연장을 다루는 것은 아예 생각조차 못했던 일이다. 그러던 어느 날 어쩌다가 알게 된 아이리쉬 휘슬이란 것이 있었는데 .. 더보기
이승현 한글그림 감7ㅣ판지에 아크릴물감 21×21cmㅣ2018 옛날에 감물 들이기로 그림을 만들어 낸 적이 있는데 이 그림을 보니 그때 생각이 난다. . 내가 자랄 때만 해도 제주에서는 중이와 적삼(원삼-둥근 깃)에 감물을 들여서 입고 일하는 모습들을 가끔씩 볼 수 있었다. 나는 그것이 늘 신기하기도 하고 또 멋있게 보여서 틈이 날 때마다 어른들께 여쭤보면서 감물 들이기*를 어떻게 하면 되는지에 대해서 조금씩 알아두었었다. *감물 들이기 한창 떫은맛이 날 때 감을 따서 조그만 돌절구에 감을 넣고 찧어 감즙을 만들어 낸다. (어릴 때 이 옆에 앉아서 하얗게 껍질이 벗겨지며 툭툭 튀어 오르는 감씨를 재빨리 낚아채서 먹었던 기억이 난다. 이상하게도 감씨에는 떫은맛이 없고 매우 쫄깃쫄깃해서 씹는 맛이 제법 있는 데다가 싱싱한 냄새가 났다. 손 다친다고 어른들을 자꾸 말렸지.. 더보기
이승현 한글그림 감6ㅣ판지에 아크릴물감 21×21cmㅣ2018 본뜨기로 그렸던 그림들 중 여섯 번째. . 고향 제주, 내가 어릴 때 살았던 할아버지 댁에도 감나무가 있기는 했지만 그 열매가 너무 조그맣고 푸른 땡감이어서 떫기만 했었다. 그때 주전부리로는 고구마나 무 따위가 있었고 동네 또래들과 어울려서 들로 산으로 다니면 이것저것 따먹을 열매나 새순이 더러 있었으니 딱히 감에게 눈길이 가지 않았던 것은 당연한 것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감에 대해서는 큰 기대 없이 지내다 보면 어른들은 땡감을 따서 소금물에 잘 우려두었다가 한겨울에 가끔 별미로 그것을 내어 놓으셨다. 검푸르딩딩한 것이 보기에는 별로 썩 내키는 것이 아니었지만 그래도 먹어보니 짭조름하면서 살짝 단맛이 나는 것이 색다른 맛이었다. 하지만 그나마도 잠시였다. 역시 한겨울에는 군 고구마가 최고였으니까. .. 더보기
이승현 한글그림 감5ㅣ판지에 아크릴물감 21×21cmㅣ2018 본뜨기로 그렸던 그림들 중 다섯 번째. 아마 10살쯤 되었을 때인 것 같다. 내가 처음 맛본 곶감은 그야말로 별미였다. 그때 곶감은 요즘 같지 않아서 감 가운데에 구멍을 내어서 나뭇가지에 차곡차곡 꽂았기 때문에 요즘 흔히 먹는 먹거리인 꽂이-꼬치처럼 되어 있었다. 까무잡잡한 데다가 딱딱하게 말라붙어 있어서 얼핏 보기에는 그다지 맛있을 것 같지 않았다. 하지만 그 딱딱한 것을 씹기 시작하자 난생처음 맛보는 새로운 세계가 열리기 시작하였다. 잘근잘근 씹을수록 혀끝을 감도는 단맛과 냄새는 이제까지 맛보았던 그 어떤 것과도 달랐다. 많지도 않은 것을 식구들이 돌아가면서 하나씩 빼어 먹다 보니 얼른 동이 나 버렸다. 그야말로 ‘곶감 빼먹듯 한다' 는 말이 딱 어울리게 말이다. 모양도 맛도 새로웠다. 꽂이에 차곡차.. 더보기
이승현 한글그림 감4ㅣ판지에 아크릴물감 21×21cmㅣ2018 본뜨기로 그렸던 그림들 중 네 번째. . 내가 처음 홍시를 맛본 것은 아마도 10살 이전 가을운동회에서였던 것 같다. 그때 나는 모든 게 신기하기만 했다. 운동장 구석구석마다 장사꾼들이 좌판에 늘어놓은 신기한 장난감들과 먹거리들에 한 눈 팔려 구경 다니느라 운동경기에는 아예 마음에도 없었다. 특히 마음을 송두리째 빼앗은 것은 홍시였다. 우와~ 세상에 저렇게 큰 감도 있구나! 어른들께 조르고 졸라서 겨우 홍시 맛을 보게 되었는데 얼마나 달고 맛이 있는지 지금도 그때 그 맛이 기억난다. 홍시 껍질을 벗겨가면서 우걱우걱 입안에 쓸어 담으면서 허겁지겁 먹다가 딱딱한 감씨를 감싸고 있는 유난히 몽글몽글 한 곳에 이르자 느낌이 매우 신기했다. 혀끝으로 이리저리 놀리다가 콕 씹으니 쫄깃한 것이 오도독 씹히는 게 태어.. 더보기
이승현 한글그림 감3ㅣ판지에 아크릴물감 21×21cmㅣ2018 본뜨기로 그렸던 그림들 중 세 번째. 요즘 상주에서는 감 깎기가 거의 끝나가고 있다. 감 타래마다 홀랑 벗고 부끄럽게 대롱대롱 매달린 감 처자들의 알몸은 시커먼 그늘막 때문에 유난히 빛이 나 보이는데다가 속살 냄새 또한 싱그러워서 늦가을의 쓸쓸함을 달래주는 고마운 가을 꽃이다. 카메라를 들고 이 동네 저 동네 감 타래마다 기웃거리며 그 모양을 수없이 찍어 댔던 적이 있는데 그때 풍기던 기분 좋은 감 냄새가 내 마음속에 깊숙이 자리 잡아서 떠나질 않는다. 나는 이제 그 감의 속살 냄새로 가을의 깊이를 느낀다. *2018 개인전 상주전시 2018. 9. 7 - 9. 31 갤러리포플러나무아래 경북 상주시 지천 1길 130 서울전시 2018. 10. 27 - 11. 4 한글전각갤러리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10길.. 더보기
이승현 한글그림 감2ㅣ판지에 아크릴물감 21×21cmㅣ2018 이 그림도 ‘감’ 글자를 넣어서 만든 그림본을 가지고 본떠서 그렸던 그림들 중 하나이다. 바탕은 자주와 노랑, 그리고 그 이웃 색들로 이루어지도록 했다. 나도 웬만하면 똑같은 그림 그리는 것을 싫어하는 편이지만 이때는 하나의 그림본으로 여러 점을 떠 내었기 때문에 똑같은 모양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느낌을 달리 하도록 하기 위해서 바탕색을 바꾸었다. *2018 개인전 상주전시 2018. 9. 7 - 9. 31 갤러리포플러나무아래 경북 상주시 지천 1길 130 서울전시 2018. 10. 27 - 11. 4 한글전각갤러리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10길 24 더보기
이승현 한글그림 감1ㅣ판지에 아크릴물감 21×21cmㅣ2018 이것도 그림본을 만들어서 판화(스텐실)를 찍어내듯이 그렸던 그림들 중 하나이다. 감 그림에도 한글그림을 그려 넣는 게 좋겠다 싶어서 마구잡이로 이것저것 끄적거리다가 감잎 부분을 ‘감’ 글자로 꾸며보니 그럴듯하길래 그림본을 만들어서 썼다. . 바탕은 늘 그렇듯 바닥에 여러 색을 이어서 덧바르고 난 뒤 갈아주기를 한 것인데, 풋감에서 느낄 수 있는 연두, 그리고 녹색과 노랑이 조금 섞인 풀색을 많이 썼고 사이사이에 파랑, 청록 따위도 끼워 넣었다. 아무리 잘 쓰려고 애써도 자칫 잘못하면 어색해지는 색들이기 때문에 아주 공을 들여서 골라 썼다. *2018 개인전 상주전시 2018. 9. 7 - 9. 31 갤러리포플러나무아래 경북 상주시 지천 1길 130 서울전시 2018. 10. 27 - 11. 4 한글전각갤.. 더보기
이승현 감 한글그림ㅣ판지에 아크릴물감 21×42cmㅣ2018 감 그림에도 한글그림을 넣어 봐야 할 텐데 하며 떠오르는 것들을 마구잡이로 끄적거리다가 얼핏 떠오르는 것을 그렸던 그림이다. 감 세 개 위에 ‘감’ 글자로 감나무 가지 모양으로 만들어 넣었다. 바른 네모 그림 양 옆에는 오래된 흙담과 같은 느낌이 들도록 만들어 넣었다. *2018 개인전 상주전시 2018. 9. 7 - 9. 31 갤러리포플러나무아래 경북 상주시 지천 1길 130 서울전시 2018. 10. 27 - 11. 4 한글전각갤러리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10길 24 더보기
이승현 감 풋감ㅣ판지에 아크릴물감 21×21cmㅣ2018 앞그림을 그리면서 같이 같이 그렸던 그림이다. 같은 그림본*을 써서 그렸기 때문에 감잎이 있고 그 밑에 감이 하나 달려 있는 모양은 앞그림과 판박이이다. 바탕에는 달걀 모양으로 갈아주기를 하였고 그 위에 어두운 바탕에는 밝은 색으로 밝은 바탕에는 어두운 색으로 감과 감잎 모양을 그려주었다. . *그림본-종이에 붓으로 모양을 그리고 나서 붓 자국을 칼로 오려내어 만든 본이다. 종이나 캔버스에 그 그림본을 대고 오려낸 틈을 따라 연필이나 붓으로 그릴 수 있다. 판화와 비슷한 것 같지만 그것을 찍어내지 않고 오려낸 틈을 따라 그려서 금을 그어주는 것이 다르다. 연필로 금을 그어주고 나서 그 위에 붓으로 조금씩 다른 맛을 내면서 그려 줄 수도 있고, 아예 처음부터 붓으로 바로 그릴 수도 있다. . *2018 개.. 더보기
이승현 감 풋감3ㅣ판지에 아크릴물감 21×21cmㅣ2018 감나무 가지에 감잎이 늘어져 있고 그 밑에 감이 하나 달려 있는 겉 모양만을 추려서 그렸던 그림이다. 바탕에 감을 둘러싸고 있는 크고 둥근 모양은 전에처럼 여러 색을 이어서 덧바르기 하고 나서 갈아 준 것이다. 그 해에는 그림본*을 만들어서 같은 모양을 색을 여러 가지로 바꿔가면서 그렸었는데 이것도 그렇게 해서 만든 그림이다. . *그림본-종이에 붓으로 모양을 그리고 나서 붓 자국을 칼로 오려내어 만든 본이다. 종이나 캔버스에 그 그림본을 대고 오려낸 틈을 따라 연필이나 붓으로 그릴 수 있다. 판화와 비슷한 것 같지만 그것을 찍어내지 않고 오려낸 틈을 따라 그려서 금을 그어주는 것이 다르다. 연필로 금을 그어주고 나서 그 위에 붓으로 조금씩 다른 맛을 내면서 그려 줄 수도 있고, 아예 처음부터 붓으로 바.. 더보기
이승현 감 이야기ㅣ캔버스에 아크릴물감 162.2×130.1cmㅣ2018 감에 대한 작업을 늘 숙제로 남겨두다가 우연찮게 시도했던 100호 작품인데 생각과는 전혀 다르게, 엉뚱하게 완성이 되고 말았다. 언젠가는 다시 도전해야 할 작업이다. 곶감의 고장 상주, 여기에서 생활하다 보면 늘 감을 접하게 된다. 운동삼아 거니는 뒷산에는 감나무 밭도 꽤 있어서 사철 감나무들의 변신을 관찰할 수있다. 그 중에는 별로 관리를 하지 않아서 한겨울에 홍시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경우도 있는 데 감나무에 눈이 소복히 쌓인 모습은 마치 한겨울에 핀 꽃처럼 보이기도 한다. 가끔은 새가 쪼아먹어서 가운데가 푹 파인 홍시의 잔해(?)에 눈이 소복히 쌓인 진풍경을 보게 될 때도 있다. . 2018년에 큰 그림을 걸 수 있는 행사가 있었다. 그 행사에 맞추어서 작은 겹 종이판 수십 개를 덧 이으면 큰 .. 더보기
이승현 감 꽃감24ㅣ판지에 아크릴물감 21×42cmㅣ2018 이것도 그냥 뭉개어버릴까도 하다가 끝까지 그렸던 그림이다. 바탕색 느낌이 별로인 데다가 자국 모양도 뜻한 대로 되질 않았다. 조금씩 더 갈아주고 매만지며 어찌어찌 그림이 되도록 끝까지 그리긴 했지만 끝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마음에 들지 않는 것들을 모조리 뭉개어버렸다면 지금쯤 남아 있는 그림이 몇 점이나 될까? 요즘도 그렇지만 그때도 다 죽어가는 걸 살리듯이 하나하나 어떻게든 그림으로 만들어 보려고 끝까지 애썼다. 어쩌면 내 그림은 거의 다 그렇게 해서 그려낸 것인지도 모른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림이 척척 잘 이루어진 적이 거의 없으니까 말이다. 그렇게 해서 내 마음속의 그림이 늘었고 내가 살아왔다. 또 그만큼 내 마음이 커 왔다. 그러니 앞으로도 그렇게 늙어 갈 것이다. *2018 개인전 상주전시 2.. 더보기
이승현 감 꽃감23ㅣ판지에 아크릴물감 21×42cmㅣ2018 말랑말랑하게 잘 익은 홍시를 쪼개어보면 감씨가 있는 곳은 유난히 빛이 나고 맛있어 보인다. 특히 씨가 없으면 그곳은 매우 말캉말캉해서 씹는 맛이 유별나다. 그 느낌을 꽃감에 담고 싶어서 그렸던 그림이다. 하지만 색이 전혀 엉뚱해서 그 느낌과는 거리가 멀다. 이것을 어떻게 해야 하나 하고 망설이기도 했지만 그래도 끝까지 붙들고 마무리를 했다. 결국 곶감도 아니고 감꽃 모양을 하고는 있지만 그 느낌과는 전혀 거리가 멀어서 꽃감이라 하기에는 민망하다. 그래도 나는 감그림이라고 고집한다. *2018 개인전 상주전시 2018. 9. 7 - 9. 31 갤러리포플러나무아래 경북 상주시 지천 1길 130 서울전시 2018. 10. 27 - 11. 4 한글전각갤러리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10길 24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