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ᄃᆞᆫᄌᆞᆷ 재와줍서’
이 그림은 ‘아기가 잠을 아주 달게 잘 수 있도록 재워주십사’라고 하는 제주도 자장가 웡이자랑 사설 중의 일부 ‘단잠(sweet sleep)’을 그린 것이다. 제주에서는 단잠을 ‘ᄃᆞᆫᄌᆞᆷ’으로 발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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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월 제주에서 작품전을 할 때에 관람하던 어린 학생들이 이 작품을 보면서 ‘돈 좀 달라는 얘기인가?’라고 하며 웃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은 적이 있었다. 아마 요즘 제주의 젊은 층에서는 어른들의 ‘아래아’ 발음을 따라 하지 못하고 ‘오’로 발음하는 경우가 많은 모양이다.
요즘 제주어의 아래아가 자주 왜곡되게 발음되고 표기되는 경우가 많은 데 ‘ㅇ..망지다’, ‘ᄀᆞᇀ이’, ‘ᄆᆞᆯ’, ‘ᄆᆞᆷ국’ 따위가 그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특히 ‘ㅇ..망지다’(야무지다)는 아래아 복모음이라서 발음이 어려워 그런지는 몰라도 ‘요망지다’라고 쓰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는 언론에서조차도 잘못된 표기를 걸러내지 않고 마구 쓴 예를 본 적이 있다. 이런 것을 전후 사정을 전혀 모르는 외지인이 접하였을 경우 자칫 잘못하면 ‘요망스럽다’로 오인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지 않을까?
제주를 찾는 외지인들 중에서는 그런 발음을 들으면서 나름대로 억측을 동원하여 왜곡되게 해석하고 나름대로 정보를 가공, 재생산해서 스스럼없이 육지의 주변인들에게 그럴싸하게 설명하는 이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ᄆᆞᆷ국’을 ‘몸국’이라고 발음하며 왜곡된 정보를 만들어 낸 경우이다. 어떤 이는 그 해초(ᄆᆞᆷ, 맘, 모자반)가 우리의 몸에 아주 좋기 때문에 ‘몸국’이라고 붙이게 되었다는 어이없는 설명을 그럴싸하게 갖다 붙이는 경우를 본 적도 있다. 이것은 그냥 웃고 지나칠 일이 아닌 것 같다.
이런 일들은 그냥 한 두 번으로 그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나중에는 심각한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방법으로든 이런 일들은 바로잡으려는 노력이 있어야 하겠다. 페이스북 친구 중에 #고용완 작가가 제주어 그림으로 소중한 기록을 만들고 있음을 보며 늘 감탄을 하며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나도 #아래아 제주어 작업을 틈틈이 해 오고 있는데 좀 더 적극적으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러다가 언젠가는 아래아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서 이상하게 변해버린 말들만 제주어의 자리를 차지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커져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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