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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현 한글그림

이승현 한글그림 감7ㅣ판지에 아크릴물감 21×21cmㅣ2018

이승현 한글그림 감7ㅣ판지에 아크릴물감 21×21cmㅣ2018

 

 

옛날에 감물 들이기로 그림을 만들어 낸 적이 있는데 이 그림을 보니 그때 생각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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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자랄 때만 해도 제주에서는 중이와 적삼(원삼-둥근 깃)에 감물을 들여서 입고 일하는 모습들을 가끔씩 볼 수 있었다. 나는 그것이 늘 신기하기도 하고 또 멋있게 보여서 틈이 날 때마다 어른들께 여쭤보면서 감물 들이기*를 어떻게 하면 되는지에 대해서 조금씩 알아두었었다.

*감물 들이기

한창 떫은맛이 날 때 감을 따서 조그만 돌절구에 감을 넣고 찧어 감즙을 만들어 낸다.

(어릴 때 이 옆에 앉아서 하얗게 껍질이 벗겨지며 툭툭 튀어 오르는 감씨를 재빨리 낚아채서 먹었던 기억이 난다. 이상하게도 감씨에는 떫은맛이 없고 매우 쫄깃쫄깃해서 씹는 맛이 제법 있는 데다가 싱싱한 냄새가 났다. 손 다친다고 어른들을 자꾸 말렸지만 나는 그래도 맛있어서 자구 낚아채서 먹곤 했었다.)

그렇게 해서 만든 감즙에 옷을 구겨 넣고 빨래하듯이 주물럭거려가면서 감물이 고르게 잘 묻도록 여러 차례 되풀이해 준다. 구석구석 고르게 잘 묻은 것 같으면 옷을 햇볕이 잘 드는 곳에 널어서 햇볕에 쬐어준다. 이때는 보리 짚단 같은 것을 잘 펴놓고 그 위에 널어놓아서 햇볕이 고르게 잘 쬐도록 해 줘야 한다. 그렇게 해서 몇 날 며칠을 햇볕에 잘 쬐어 주어야만 점점 색 짙어지면서 제 빛깔이 나온다.

그것을 빨랫줄에 널면 햇볕이 바르고 고르게 쬐어주지를 못하기 때문에 색이 곱지 않다고 했다. 바닥에 보릿짚을 깔아주는 이유는 뜨거운 여름 햇볕에 바닥이 뜨거워지면 색이 얼룩지게 들어서 보기 흉해지기 때문이다. 명심할 일은 날을 잘 받아야 하는 것인데 그것은 감물을 들이는 날부터 시작해서 한동안을(보름 정도라고 들었다.) 햇볕에 잘 쬐어 줘야 하기 때문이다.

학창 시절, 아마 군에 다녀오고 복학한 3학년 때였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이때 감물 들이기를 하고 그 위에 먹으로 칠해가며 추상작업을 했던 일이 기억난다.

광목을 20~30미터를 사다가 아예 그것을 송두리째 감물을 대충 비벼가며 묻혀놓고 나서 그것을 아무 곳에나 늘어놓고 햇볕에 쬐어주면서 색이 나오도록 했었다. 군데군데 얼룩이 지고, 어떤 곳은 감물이 묻지 않아서 원래 바탕이 하얗게 드러난 곳도 있었다. 그렇게 해서 감물이 군데군데 들어서 재미있게 얼룩덜룩해진 것을 잘 오려내어서 그림 그릴 바탕으로 썼던 것이다.

스물아홉에 직장을 얻어 제주에서 상주로 이사를 하게 되자 (그림이라고 할 만한 게 별로 없다고 생각해서) 많은 그림들을 없애버렸었는데 그래도 더러는 캔버스를 뜯어내어 둘둘 말아가지고 온 게 아직도 있었다.

다행히도 감물 들인 광목 쪼가리가 하나가 아직도 그 뭉치 속에 들어있는 것을 얼마 전에야 찾아내었다. 이리저리 오려내어서 쓰다가 남은 자투리인 모양이다. 그야말로 40년이 다 되어가는 오랜 세월 동안 깊숙이 숨어있다가 갑자기 툭 튀어나온 것이다. 나에게는 매우 소중한 역사이다. 그것을 아직도 어느 곳엔가 둘둘 말아서 처박아두고 있는데 언젠가는 손질을 해서 잘 모셔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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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개인전

상주전시 2018. 9. 7 - 9. 31 갤러리포플러나무아래 경북 상주시 지천 1130

서울전시 2018. 10. 27 - 11. 4 한글전각갤러리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1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