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콕]-1016일 차 2022. 12. 14(수)
2022년 348
이승현 한글그림 오늘 새꿈(20색상-08) 713(6P-302)ㅣ종이에 아크릴물감 27.3×40.9cm
-‘제주 작업’-312(44+268) 고향 하늘을 나는 새 모양 글꼴 연작-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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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색상의 흐름 작업 XIV-붉은보라
‘오늘 새꿈’
‘새’는 왼쪽 위에 있다.
그리고 이어지는 ‘꿈’은 화면의 가운데 있는데, 가운데 가장 큰 새가 ‘꿈’의 ‘ㅜ’ 모음이다. 그 바로 위에 ‘ㄲ’이 ‘ㄱ’ 하나는 왼쪽 위에, 또 하나는 오른쪽 아래에 있고, ‘ㅁ’은 ‘ㅜ’ 모음의 뚝 떨어진 밑에 있다.
‘오늘’은 오른쪽 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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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
20대 때, 시 쓰는 절친 녀석이 술자리에 뒤늦게 와 앉으면서 뭔가를 적은 종이 쪼가리를 건네주더니 한마디 했다. 도서관에서 우연히 발견했는데 이 글을 보니 네가 떠올라서 전해주고 싶더라.
그러냐? 그런데... (읽어보고 나서) 야, 이거 확 오네, 저절로 외워진다. 야, 이거 대단하다. 누가 쓴 시냐?
몰라 임마.
왜 몰라 임마. 베껴 쓸 때 시인이 누군지 확인도 안했냐.
글쎄... 그건 알면 뭐할거냐 임마, 시만 좋으면 됐지.
야, 그래도 누가 쓴 건지 알면 좋지.
야 야, 임마 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 술이나 먹자.
응 그래. 술이나 먹자.
오래전(40년이 훌쩍 넘은) 이야기다. 나이가 들면서 육지에 직장 잡게 되자 올라오며 결혼하고, 올라와서는 애들 키우며 정신없이 살다가 40대 후반이 되어서야 우연찮게 그 친구와 연락이 닿게 되었다.
처음에는 안부나 주고받다가 언제부터인가는 마음먹고 먼 거리를 마다하지 않고 만나서 술잔을 기울이기도 했었는데 술자리라는 것이 대체로 그렇지 않은가. 일단 말문을 열었다 하면 직장 이야기와 정치판 이야기로 열을 올리게 마련이다.
그런데 당시에는 버스나 기차를 타고 다녀야 할 처지였으니 그렇게 떠들다가도 막차 시간이 되면 부랴부랴 자리를 털고 일어나야 했다.
그렇게 간간이 술잔을 나누다가 모처럼 시간 여유가 있을 때 내가 이 시에 대해서 물었다. 그랬더니 그는 그랬던가? 그랬다. 내가 한 차례 읊어대었더니 눈을 껌뻑껌뻑하면서, 지금 저게 뭔 소리인고? 하는 눈치였다.
그 후로도 가끔 어울릴 기회가 있기는 했지만 다시 물어볼 기회가 없었다. 그는 50대 후반에 췌장암으로 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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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 밥을 주고 일어서니
뒷동산에 달이 떴구나
모나리자의 미소로운 달아
인생은 눈물겹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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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작곡을 할 줄 안다면 여기에 곡을 붙였겠지만 그게 안 되기 때문에 시조창을 하듯이 구절을 흥얼거리는 것으로 만족하고 있다.
그것도 아주 가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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