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로폼에 소리울림의 느낌을 옮겨 작업했던 것이다. 스티로폼 위에 1차 작업을 하면서 바닥작업을 순식간에 해치우고 그 위에 다시 착색하는 과정을 밟아 가는 데, 시간을 따져가면서 때 맞춰 작업해야 한다. 너무 일러도, 늦어도 효과가 기대만큼 나오지 않는다. 밑그림이나 연습 없이 순식간에 화면을 제압해야 한다. 아마 내가 한 작업 중에서 가장 설레면서 신이 났던 작업이었던 것 같다.
.
--------------------------------------------------------------
*굿
심방(무당)이 하는 이상한 짓으로만 알고 지내던 고향에서의 어린 시절 간혹 이웃에서 굿하는 소리를 들은 적이 더러 있었다. 나는 그 소리를 들을 때마다 소름 끼치는, 거북하고도 위압적인 굉음에 질려 얼른 도망치듯이 그 자리를 피해 버리곤 했었다.
장성하고 나서 육지로 나와 풍물을 접하게 되자 나는 훨씬 세련되고 편안한 소리의 세계가 있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풍물도 굿이며 우리에게 굿이란 것은 단순한 미신이거나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것도 새롭게 깨달았다.
오히려 자연발생적인 것으로서 동네를 떠 받드는 자치조직에 의한 사회현상이자 문화였던 것.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굿'에 대한 깨우침이었다. 이 새로운 만남은 나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이승현 소리그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승현 소리-사물놀이 울림ㅣ스티로폼에 혼합재료 50×50 cm 1993 (0) | 2020.06.29 |
---|---|
이승현 풍물소리ㅣ스티로폼에 혼합재료 55×50cm 1993 (0) | 2020.06.28 |
이승현 소리-묻그리하야ㅣ스티로폼 위에 혼합재료 90.9×72.7cm 1993 (0) | 2020.06.26 |
이승현 소리-큰울림ㅣ캔버스에 혼합재료 53.0×45.5cm 1993 (0) | 2020.06.25 |
이승현 상여소리ㅣ캔버스에 혼합재료 162.2×130.3cm 1992 (0) | 2020.06.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