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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현 한글그림

이승현 한글그림4-10 왕이자랑 세로ㅣ판지에 아크릴물감 82×21cmㅣ2018

이승현 한글그림4-10 왕이자랑 세로ㅣ판지에 아크릴물감 82×21cmㅣ2018

 

일반적인 규격 작품을 걸기에는 어색한 좁은 공간에 딱 어울릴 만한 작품도 있으면 좋겠다 싶어서 만들어 두었던 것이다.

이것도 앞의 작품과 마찬가지로 웡이자랑이 아니고 왕이자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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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어]

해마다 명절 때 고향에 가면 늘 느끼는 것이 있다. 제주어가 매우 빠른 속도로 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젊은 세대들은 표준말을 섞어 쓰기 때문에 내가 듣기에는 거의 제주어 같지가 않다. 이젠 나이 지긋한 어른들도 갈수록 표준어를 많이 쓰고 있다.

어쩌다가 가게나 택시에서 일상적인 대화를 나눌 때 나는 스스럼없이 기억에 남아있는 제주어를 쓰게 되는데 그러면 토박이들 조차도 오히려 내가 쓰는 말을 듣고 어색해하기도 한다.

어떤 이는 나에게 요즘은 잘 쓰지 않는 옛날 말을 쓰는 걸 보니 혹시 어디 산속에서 박혀 지내다 내려온 사람이냐고 편하게 농담을 하기도 한다. 그러면 나는 멀리 육지라는 큰 산속에 처박혀 지내다 왔기 때문에 사실은 맞는 말씀이라고 너스레를 떤다. 그러면 웃음이 터져 나온다.

제주 현지의 말은 계속 바뀌어가고 있는데 내가 쓰는 말은 1980년대에 굳어버린 말이기 때문에 뭔가 어색한 것은 사실일 것이다. 각종 매체와 휴대폰의 영향으로 지역어가 삽시간에 사라져 가고 있는 것 같다. 과연 각 지역의 독특한 말들이 언제까지 살아남게 될까?

내가 어릴 때에는 학교에서 표준말을 쓰도록 했었어도 일상생활 속에서는 사투리를 썼었는데 지금은 제주어라는 이름까지 버젓이 달고 있으면서도 제주어의 본래의 특성은 매우 많이 퇴색된 느낌이 든다.

나는 아직도 기회만 된다면 제주어에 대하여 제대로 연구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더 나아가 전국의 지역어에 대해서 연구한다면 매우 의미 있는 성과가 나올 거라는 생각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