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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현 한글그림

이승현 한글그림2-3 작은 웡이자랑 빛ㅣ판지에 아크릴물감 26×26cmㅣ2018

이승현 한글그림2-3 작은 웡이자랑 빛ㅣ판지에 아크릴물감 26×26cmㅣ2018

 

이 그림은 바탕에 어두운 부분에서부터 밝은 부분까지의 단계를 깔아주면서 웡이자랑 네 글자가 희미하게 보이게 하려고 했던 것이다. 하지만 글꼴이 너무 틀에 박힌 글씨여서 재미가 없게 되어버렸다. 이 그림을 볼 때마다 글꼴에 변화를 많이 주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이 그림을 비롯한 대부분 작품들은 웡이자랑네 글자가 대부분이다. 다른 사설을 덧붙인 것들도 있기는 하지만 몇 구절에 지나지 않는다. 한정된 글귀를 가지고라도 다양한 글꼴을 만들어서 다양한 작품들을 만들어내는 것이 우선 해야 할 일이다. 기왕이면 내용도 좋고, 글자 모양도 멋있는 글자가 얻어걸리면 좋겠지만 그런 글귀를 만나는 것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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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올리고 있는 작품들은 2019년에 #갤러리둘하나(제주시 이도1동주민센터에서 운영하는)에서 했던 나의 다섯 번째 개인전에 선보였던 것들이다. 이 때는 전시장에 제주 자장가 웡이자랑을 배경음으로 틀어놓았었다. 그 음원 파일은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에서 얻은 것이다.

그 전 해(2018)에 사전 답사차 갤러리를 방문할 때에 기왕 내친걸음에 근처에 있는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도 들렀었다. 박물관 내부의 전시장을 이리저리 돌면서 자료들을 둘러보고 있는데 어디선가 그 반가운 웡이자랑 노랫소리가 들리는 것이 아닌가! 그토록 애타게 찾던 웡이자랑, 그것은 내가 자라면서 할머니께 들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때는 마침 연휴라서 당직 직원에게 사정을 털어놓고 연락처를 받아 왔다. 상주로 돌아와서 전시 준비를 하던 중에 박물관 담당자에게 연락을 취하였다. 내가 이러이러한 전시를 계획하고 있는데 웡이자랑을 내 전시장 배경음악으로 꼭 썼으면 한다. 어떻게 하면 그 자료를 얻을 수 있겠는가 등을 문의를 하였다. 그랬더니 출처를 밝히고 사용하면 된다면서 친절하게도 음원파일을 이메일로 보내주었다.

인터넷에서 그렇게 검색을 해도 찾을 수 없던 그 음원을 얻게 된 것은 나에게는 천운이나 마찬가지였다. 이제까지 귓가에서 흩어져서 뱅뱅 맴돌던 그 아련한 소리의 흔적들이 한순간에 제자리를 찾으면서 뚜렷하게 내 마음속에 자리 잡게 되었던 것이다. 내 귓가를 맴도는 것은 사설들이 아니라 선율이다. 그 사설에 들어 있는 몇몇 글귀를 그림 속에 담아서 선율처럼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싶지만 그게 말이야 쉽지 그게 어디 가당키나 한가. 갈 길이 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