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적으로 일정한 흐름이 나타나게 하려고 글꼴에 변형을 가하며 이어 붙였다.
웡이자랑 웡이자랑
우리아기 어진아기
나는 제주 자장가의 사설 속에 담겨있는 말들 중에서 에서 제주인의 마음을 가장 잘 대변해 주는 것은 무엇일까 하고 한동안 보물 찾기라도 하듯이 자료들을 뒤졌었다. 그것도 다른 지역에서는 찾을 수 없는 그럴싸하고 멋들어진 제주어라면 더욱 좋겠다는 기대도 한껏 품은 채 말이다.
모든 자료들을 뒤지다 찾아낸 보물은 ‘어진’이었다. 드문드문 나오는 ‘어진 할망’, ‘어진 ᄌᆞ손’, ‘어지신 할마님’ 등에서 나는 간절한 소망을 읽을 수 있었다. 아마도 제주에서 사람 됨됨을 가장 의미 있게 담아내었던 말은 바로 이 ‘어진‘이 아니었을까 하는 데 까지 생각이 이르게 되었다.
하나 더 덧붙이자면 내가 어릴 적에 흔히 들었던 어른들의 대화 중 “그 하르방은 양, 막 어진 어른 마씸”이라는 말이 지금도 기억이 난다. “그 할아버지는 요, 대단히 어진 어른이세요”라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는데 이때 ‘막 어진 어른’은 품성이 뛰어나고 덕망이 높으신 어른을 일컬을 때 주로 어른들이 썼던 말인 것으로 생각이 된다.
예전에 제주에서는 아이들이 어릴 때 대체로 ‘어진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았는데 나도 한때는 그렇게 불렸었다. 아명을 어진이라고 흔히 지어 부르고 아기에게 자연스레 ‘어진 아기’라고 할 정도로 쉽게 입에 붙어있다는 것은 그만큼 ‘어질다’가 제주사람들에게는 소중한 덕목이었기 때문일 것이라고 확신을 하게 되었다.
이 작품에 그런 마음을 고스란히 담고자 해서 유난히 공을 들였었는데 신통치 않게 되어버렸다. 뜻은 거창하였지만 결과는 초라하게 되고 말아서 또 앞으로 해결해야 할 숙제로 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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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이야기]
이 작품을 만들기 위하여 물감 겹칠을 한 작은 판지 하나 하나에 한 글자씩 새겨 넣었다.
판지의 바탕을 내가 만든 도구(갈기, 깎기 두 가지 기능을 다 할 수 있다)로 문질러가며 갈아 주다가 획 부분에 이르러서는 부분적으로 깎아 내면서 글꼴을 만들어 내었다. 이때 명심할 것은 양 옆에 있는 글자와의 흐름이 어긋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그래서 하나 하나 새길 때 마다 전체의 흐름을 염두에 두고 일일이 맞추어보면서 글자의 위치와 획의 굵기를 결정하였다.
그렇게 해서 만든 글자 16개를 이어 붙여서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한 것인데 제주로 운송할 때는 모두 해체하여 개별로 포장해서 보냈다가 전시장에서 다시 원래 크기로 조립하여 전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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