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뜨기로 그렸던 그림들 중 다섯 번째.
아마 10살쯤 되었을 때인 것 같다. 내가 처음 맛본 곶감은 그야말로 별미였다. 그때 곶감은 요즘 같지 않아서 감 가운데에 구멍을 내어서 나뭇가지에 차곡차곡 꽂았기 때문에 요즘 흔히 먹는 먹거리인 꽂이-꼬치처럼 되어 있었다.
까무잡잡한 데다가 딱딱하게 말라붙어 있어서 얼핏 보기에는 그다지 맛있을 것 같지 않았다. 하지만 그 딱딱한 것을 씹기 시작하자 난생처음 맛보는 새로운 세계가 열리기 시작하였다. 잘근잘근 씹을수록 혀끝을 감도는 단맛과 냄새는 이제까지 맛보았던 그 어떤 것과도 달랐다. 많지도 않은 것을 식구들이 돌아가면서 하나씩 빼어 먹다 보니 얼른 동이 나 버렸다. 그야말로 ‘곶감 빼먹듯 한다' 는 말이 딱 어울리게 말이다.
모양도 맛도 새로웠다. 꽂이에 차곡차곡 꽂은 모양도 흔히 보던 것이 아니라서 신기하였다. 아마 그렇게 꽂이에 꽂아서 만들었으니 곶감이라 하지 않았을까 생각이 되는데 요즘은 감 가운데를 뚫지 않고 꼭지에 잘 매달아서 반만 말리기 때문에 예전과는 전혀 다른 모양새다.
요즘 곶감은 반쯤 마르고 난 뒤의 야릇한 모양과 색이 참으로 아름답다. 맛도 더 좋고 색깔도 더 싱그럽고 모양도 훨씬 맛깔스럽다 못해 아름답기까지 하다. 게다가 그것을 쪼개었을 때 드러나는 반들거리는 속살은 그 맛을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알 수 없는 꿈속의 맛들을 마구 떠올리게 해 준다.
곶감은 훌륭한 먹거리이기도 하지만 예술품이다. 나는 곶감을 먹지 않고 걸어 놓아서 감상만 해도 충분한 예술품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2018 개인전
상주전시 2018. 9. 7 - 9. 31 갤러리포플러나무아래 경북 상주시 지천 1길 130
서울전시 2018. 10. 27 - 11. 4 한글전각갤러리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10길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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