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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현 소리그림

이승현 소리-울림-묻그리하야3ㅣ종이에 혼합재료 42×35 cm 1991

이승현 소리-울림-묻그리하야3ㅣ종이에 혼합재료 42×35cm 1991

 

부적을 작품에 베껴 옮김 -백사대길부(百事大吉符) 2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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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그리하야 - '묻다', '글 하다'로 이루어진 조어. 우리의 심금을 울려주는 소리 속에는 항상 물음과 답이 있을 것이라는 직장 웃어른(국문과출신)의 조언을 참고하였다. '무꾸리'는 길흉을 알아보는 일이다. '묻는+거리'에서 나온 말이라고 한다. 이에 착안하여 '묻다+글하다'를 바탕으로 하여 '묻그리하다'를 기본틀로 하면 어떻겠는냐는 그 어른의 조언을 받아들여 '묻그리하야'로 정하였다. 인쇄물에는 묻그리ㅎ.야('하'를 ㅎ밑에 아래아)로 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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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초반 나는 소리작업에 푹 빠져 있었다. 특히 우리 영혼 깊은 곳에 울려 퍼지는 소리의 근원이 어디에 있는지를 찾아 헤매었다. 태극문양, 삼태극에서부터 단청, 민화에 이르기까지로 이어지는 오방색과 조형원리를 찾아내어 소리의 형상으로 옮겨보려는 시도를 하고 있었던 것.

그렇게 찾아 헤매던 때라서 우연히 접하게 된 부적의 조형미는 신선한 충격적이었다. 서예와는 또 다른 문자도로서 민화에서 보아 오던 부적 그림과 일맥상통하는 것도 있었다.

한동안 부적이 지니는 조형적 매력에 푹 빠져서 이런저런 구상을 시도했지만 나만의 새로운 작품으로 만들어내지는 못하였다. 당시 나에게는 문자보다는 소리의 형상을 추상적으로 만들어내는 것이 큰 숙제였기 때문에 더 이상의 진전은 기대하기 어려웠다.

기왕에 해오던 소리 작업에 부적의 조형적인 요소가 녹아들게 하고 싶었다. 하지만 의욕과 실험 욕구만 너무 강했고 방법론이나 조형적인 훈련이 덜된 나로서는 감당하기 너무 무거운 과제였던 것 같다. 작업할 때마다 맞닥뜨리는 벽은 너무나도 두터웠다. 한계는 분명했다.

'도리 없다. 할 수 있는 작업만 하자. 일단 베끼고 보자' 그렇게 작정하고 베껴 그리는 작업을 몇 번 시도했었다. 그러다가 슬그머니 다시 소리 작업으로 되돌아가면서 흐지부지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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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먼 훗날 나이가 들어 충분히 소화해 낼 수 있을 때 까지는 미루어 두자'고 판단했는지 모르겠다. 근래에 이루어진 작업 중 한글그림에 부적과 같은 형상이 가끔씩 나오는 경우도 있으니 아마 그때 숨어들었던 욕구가 다시 튀어나온 건 아닐까. 앞으로도 언제 다시 튀어나올지 모를 일이다.

이승현 소리-울림-묻그리하야4ㅣ종이에 혼합재료 42×35cm 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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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