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적을 작품에 베껴 옮김 -안택부(安宅符), 중악부(中岳符) 등 199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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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그리하야 - '묻다', '글 하다'를 합친 조어, 울려퍼지는 소리 속에는 항상 물음과 답이 있을 것이라는 직장 웃어른의 조언을 참고하였다. '무꾸리'는 길흉을 알아보는 일이다. '묻는+거리'에서 나온 말이라고 한다. 이에 착안하여 '묻다+글하다'를 기본틀로하여 '묻그리하다'를 쓰면 어떻겠는냐는 그 어른의 조언을 받아들여 '묻그리하야'로 정하였다. 인쇄물에는 묻그리ㅎ.야('하'를 ㅎ밑에 아래아)로 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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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을 때는 호기심이 많아서 항상 무엇이든지 궁금하면 참지를 못해서 푹 빠져들곤 했었다. 거침이 없었다.
그 어느 날 간행물을 뒤적거리다가 우연히 부적에 대한 소개가 나와 있는 걸 보게 되었다. 분명히 한자 같긴 한데 모양이 다양하고 짜임도 재미있었다. 동그라미나 단순한 도형을 반복하기도 하고 가로 세로획을 재미있게 요리조리 그어 대면서 만들어낸 매우 매력적인 문자!
이걸 그냥 지나칠 수는 없는 일. 내 작업에 응용하고 싶은 욕심이 들어서 한동안 푹 빠져 들어서 닥치는 대로 책과 자료를 사 모았다. 뭘 하든지 일단 원리는 알고 보자는 생각에서였었다. 한동안 그렇게 푹 빠져들었다. 부적을 이루고 있는 요소들-점, 획, 도형들을 응용하여 새로운 문자도로 재탄생시킬 구상을 계속했다.
하지만 당시, 나는 문자도에 대한 감각도 없는 데다가 지식적인 바탕도 전혀 깔려 있지 않았다. 이를 소화하기엔 나의 바닥은 너무 얕고 초라하였다. 그러니 시도를 하면 할수록 벽에 부딪칠 수밖에 없었다. 어쩌면 젊은 나이에 소화하기엔 너무 무거운 주제였는지도 모른다.
게다가 이미 하고 있던 소리 작업에 녹아들게 하려고 욕심을 부리기 까지 했더랬는데 그 과정에서 과부하가 걸렸는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그 벽은 너무나도 두터웠다. 한계는 분명했다. '도리 없다. 할 수 있는 작업만 하자. 일단 베끼고 보자' 그렇게 작정하고 베껴 그리는 작업을 몇 번 시도했었다. 그러다가 슬그머니 다시 소리 작업으로 되돌아가면서 흐지부지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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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먼 훗날 나이가 들어 충분히 소화해 낼 수 있을 때 까지는 미루어 두자'고 판단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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