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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현풋감

이승현 한글그림 감7ㅣ판지에 아크릴물감 21×21cmㅣ2018 옛날에 감물 들이기로 그림을 만들어 낸 적이 있는데 이 그림을 보니 그때 생각이 난다. . 내가 자랄 때만 해도 제주에서는 중이와 적삼(원삼-둥근 깃)에 감물을 들여서 입고 일하는 모습들을 가끔씩 볼 수 있었다. 나는 그것이 늘 신기하기도 하고 또 멋있게 보여서 틈이 날 때마다 어른들께 여쭤보면서 감물 들이기*를 어떻게 하면 되는지에 대해서 조금씩 알아두었었다. *감물 들이기 한창 떫은맛이 날 때 감을 따서 조그만 돌절구에 감을 넣고 찧어 감즙을 만들어 낸다. (어릴 때 이 옆에 앉아서 하얗게 껍질이 벗겨지며 툭툭 튀어 오르는 감씨를 재빨리 낚아채서 먹었던 기억이 난다. 이상하게도 감씨에는 떫은맛이 없고 매우 쫄깃쫄깃해서 씹는 맛이 제법 있는 데다가 싱싱한 냄새가 났다. 손 다친다고 어른들을 자꾸 말렸지.. 더보기
이승현 한글그림 감6ㅣ판지에 아크릴물감 21×21cmㅣ2018 본뜨기로 그렸던 그림들 중 여섯 번째. . 고향 제주, 내가 어릴 때 살았던 할아버지 댁에도 감나무가 있기는 했지만 그 열매가 너무 조그맣고 푸른 땡감이어서 떫기만 했었다. 그때 주전부리로는 고구마나 무 따위가 있었고 동네 또래들과 어울려서 들로 산으로 다니면 이것저것 따먹을 열매나 새순이 더러 있었으니 딱히 감에게 눈길이 가지 않았던 것은 당연한 것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감에 대해서는 큰 기대 없이 지내다 보면 어른들은 땡감을 따서 소금물에 잘 우려두었다가 한겨울에 가끔 별미로 그것을 내어 놓으셨다. 검푸르딩딩한 것이 보기에는 별로 썩 내키는 것이 아니었지만 그래도 먹어보니 짭조름하면서 살짝 단맛이 나는 것이 색다른 맛이었다. 하지만 그나마도 잠시였다. 역시 한겨울에는 군 고구마가 최고였으니까. .. 더보기
이승현 한글그림 감5ㅣ판지에 아크릴물감 21×21cmㅣ2018 본뜨기로 그렸던 그림들 중 다섯 번째. 아마 10살쯤 되었을 때인 것 같다. 내가 처음 맛본 곶감은 그야말로 별미였다. 그때 곶감은 요즘 같지 않아서 감 가운데에 구멍을 내어서 나뭇가지에 차곡차곡 꽂았기 때문에 요즘 흔히 먹는 먹거리인 꽂이-꼬치처럼 되어 있었다. 까무잡잡한 데다가 딱딱하게 말라붙어 있어서 얼핏 보기에는 그다지 맛있을 것 같지 않았다. 하지만 그 딱딱한 것을 씹기 시작하자 난생처음 맛보는 새로운 세계가 열리기 시작하였다. 잘근잘근 씹을수록 혀끝을 감도는 단맛과 냄새는 이제까지 맛보았던 그 어떤 것과도 달랐다. 많지도 않은 것을 식구들이 돌아가면서 하나씩 빼어 먹다 보니 얼른 동이 나 버렸다. 그야말로 ‘곶감 빼먹듯 한다' 는 말이 딱 어울리게 말이다. 모양도 맛도 새로웠다. 꽂이에 차곡차.. 더보기
이승현 한글그림 감3ㅣ판지에 아크릴물감 21×21cmㅣ2018 본뜨기로 그렸던 그림들 중 세 번째. 요즘 상주에서는 감 깎기가 거의 끝나가고 있다. 감 타래마다 홀랑 벗고 부끄럽게 대롱대롱 매달린 감 처자들의 알몸은 시커먼 그늘막 때문에 유난히 빛이 나 보이는데다가 속살 냄새 또한 싱그러워서 늦가을의 쓸쓸함을 달래주는 고마운 가을 꽃이다. 카메라를 들고 이 동네 저 동네 감 타래마다 기웃거리며 그 모양을 수없이 찍어 댔던 적이 있는데 그때 풍기던 기분 좋은 감 냄새가 내 마음속에 깊숙이 자리 잡아서 떠나질 않는다. 나는 이제 그 감의 속살 냄새로 가을의 깊이를 느낀다. *2018 개인전 상주전시 2018. 9. 7 - 9. 31 갤러리포플러나무아래 경북 상주시 지천 1길 130 서울전시 2018. 10. 27 - 11. 4 한글전각갤러리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10길.. 더보기
이승현 한글그림 감2ㅣ판지에 아크릴물감 21×21cmㅣ2018 이 그림도 ‘감’ 글자를 넣어서 만든 그림본을 가지고 본떠서 그렸던 그림들 중 하나이다. 바탕은 자주와 노랑, 그리고 그 이웃 색들로 이루어지도록 했다. 나도 웬만하면 똑같은 그림 그리는 것을 싫어하는 편이지만 이때는 하나의 그림본으로 여러 점을 떠 내었기 때문에 똑같은 모양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느낌을 달리 하도록 하기 위해서 바탕색을 바꾸었다. *2018 개인전 상주전시 2018. 9. 7 - 9. 31 갤러리포플러나무아래 경북 상주시 지천 1길 130 서울전시 2018. 10. 27 - 11. 4 한글전각갤러리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10길 24 더보기
이승현 감 풋감ㅣ판지에 아크릴물감 21×21cmㅣ2018 앞그림을 그리면서 같이 같이 그렸던 그림이다. 같은 그림본*을 써서 그렸기 때문에 감잎이 있고 그 밑에 감이 하나 달려 있는 모양은 앞그림과 판박이이다. 바탕에는 달걀 모양으로 갈아주기를 하였고 그 위에 어두운 바탕에는 밝은 색으로 밝은 바탕에는 어두운 색으로 감과 감잎 모양을 그려주었다. . *그림본-종이에 붓으로 모양을 그리고 나서 붓 자국을 칼로 오려내어 만든 본이다. 종이나 캔버스에 그 그림본을 대고 오려낸 틈을 따라 연필이나 붓으로 그릴 수 있다. 판화와 비슷한 것 같지만 그것을 찍어내지 않고 오려낸 틈을 따라 그려서 금을 그어주는 것이 다르다. 연필로 금을 그어주고 나서 그 위에 붓으로 조금씩 다른 맛을 내면서 그려 줄 수도 있고, 아예 처음부터 붓으로 바로 그릴 수도 있다. . *2018 개.. 더보기
이승현 감 풋감3ㅣ판지에 아크릴물감 21×21cmㅣ2018 감나무 가지에 감잎이 늘어져 있고 그 밑에 감이 하나 달려 있는 겉 모양만을 추려서 그렸던 그림이다. 바탕에 감을 둘러싸고 있는 크고 둥근 모양은 전에처럼 여러 색을 이어서 덧바르기 하고 나서 갈아 준 것이다. 그 해에는 그림본*을 만들어서 같은 모양을 색을 여러 가지로 바꿔가면서 그렸었는데 이것도 그렇게 해서 만든 그림이다. . *그림본-종이에 붓으로 모양을 그리고 나서 붓 자국을 칼로 오려내어 만든 본이다. 종이나 캔버스에 그 그림본을 대고 오려낸 틈을 따라 연필이나 붓으로 그릴 수 있다. 판화와 비슷한 것 같지만 그것을 찍어내지 않고 오려낸 틈을 따라 그려서 금을 그어주는 것이 다르다. 연필로 금을 그어주고 나서 그 위에 붓으로 조금씩 다른 맛을 내면서 그려 줄 수도 있고, 아예 처음부터 붓으로 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