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뜨기로 그렸던 그림들 중 네 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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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처음 홍시를 맛본 것은 아마도 10살 이전 가을운동회에서였던 것 같다. 그때 나는 모든 게 신기하기만 했다. 운동장 구석구석마다 장사꾼들이 좌판에 늘어놓은 신기한 장난감들과 먹거리들에 한 눈 팔려 구경 다니느라 운동경기에는 아예 마음에도 없었다.
특히 마음을 송두리째 빼앗은 것은 홍시였다. 우와~ 세상에 저렇게 큰 감도 있구나! 어른들께 조르고 졸라서 겨우 홍시 맛을 보게 되었는데 얼마나 달고 맛이 있는지 지금도 그때 그 맛이 기억난다. 홍시 껍질을 벗겨가면서 우걱우걱 입안에 쓸어 담으면서 허겁지겁 먹다가 딱딱한 감씨를 감싸고 있는 유난히 몽글몽글 한 곳에 이르자 느낌이 매우 신기했다. 혀끝으로 이리저리 놀리다가 콕 씹으니 쫄깃한 것이 오도독 씹히는 게 태어나고는 처음 맛보는 것이었다. 그게 바로 씨 없는 씨방의 쫄깃한 맛이었던 모양이다.
그 후로는 홍시를 먹을 기회가 잘 없었다. 감의 고장 상주에 와서 지내면서도 감을 즐겨 먹는 편은 아니었다. 내가 술을 즐겨서 그런지는 몰라도 홍시나 곶감을 먹고 나면 속에서 신트림과 함께 신물이 올라온다. 마치 내 속에서 감초가 만들어지는 것 같아서 감을 먹을 때마다 속이 거북하였다. 갈수록 홍시나 곶감을 즐길 수 없는 처지가 되어간다.
감과 나의 인연은 먹는 쪽이 아니라 보는 쪽인 모양이다. 한겨울에 감나무에 달려있는 까치밥을 보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다. 한 겨울이 되면 감이 아름다운 꽃으로 다시 피어난다. 이제 감은 나에게 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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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개인전
상주전시 2018. 9. 7 - 9. 31 갤러리포플러나무아래 경북 상주시 지천 1길 130
서울전시 2018. 10. 27 - 11. 4 한글전각갤러리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10길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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