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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현 한글그림

이승현 소리-글ㅣ캔버스에 아크릴물감 55×46cm 2007

이승현 소리-글ㅣ캔버스에 아크릴물감 55×46cm 2007

 

한글 자음 표기에 대하여 관심을 갖고 작업하던 어느날 문득 어릴 적에 종종 들었던 할머니의 특이한 발음을 떠올리게 되었다. 긍정의 대답을 하실 적에는 들이마시는 'ㅎ' 소리를 내면서 고개를 위로 들어 올리셨던 것이다. 당시에는 주위에 그런 분들이 많았고, 그래서 그런 발음을 자주 들었기 때문에 으레 그러려니 하고 당연히 여기고 있었다. 그 후로 시골을 떠나 제주시에서 장성하며 차츰 그 발음을 잊어가고 있었다.

1997년부터 2001년까지 안동에서 5년여간을 생활한 적이 있는데 그때 어떤 분과 안동 말씨의 재미있는 점을 이야기하다가 그 발음에 관한 이야기가 툭 튀어나왔다. 그분 말에 의하면 안동에서도 가까운 인척 어른이 그런 발음을 하셨던 것이 기억난다는 것이었다.

과연 이 발음은 어디서 튀어나온 것일까? 훈민정음 창제 당시에는 있었을까 없었을까? 만약 있었다면 전국적으로 두루 쓰였을까? 아니면 거의 관심을 받지 못할 정도로 특정지역에서만 쓰였을까? 하필 제주에서 자주 듣던 발음이 왜 안동에도 있을까? 어쩌면 다른 곳에도 있을지 모른다. 이런저런 물음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그 소리를 어떻게 표기하면 좋을까 궁리하다가 'ㅎ' 맨 위에 있는 점획을 뺀 모양을 그려 넣기로 하었다. 그 점획이 없는 'ㅎ'을 주제로 한 작품이다. 그 흔하디 흔한 산과 들과 물을 배경으로 하여 삼키는 ‘ㅎ’을 화면 정중앙에 크게 넣고 ‘ㅊ’ 밑에 ‘ㅅ’ 대신 ‘△’을 붙인 거친 반치음이 공간을 가르며 날아다니도록 배치하였다. 그리고 그 외 자음들을 들판에 깔아서 원근을 나타내도록 하였다.

아쉬움이 많이 남는 작품이다. 기회가 되면 색감도 더 살리고 자음의 형태에도 좀 더 자유로운 흐름을 주어서 100호 정도에다가 다시 그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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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