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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현 한글그림

이승현 한글그림 자음ㅣ보드에 혼합재료 38×29.5cm 2007

이승현 한글그림 자음ㅣ보드에 혼합재료 38×29.5cm 2007

 

당시에는 한동안 청소년층에서 외계어라고 불리는 이상한 형태의 한글표기가 유행한 적이 있었다. 실생활에서 쓰지 않는 소리를 인터넷에서 약간 비정상적인 듯 보이는 표기를 즐겨 썼던 것이 그것인데 예를 들자면 ‘볡’ '셹’ 따위의 표기이다. 그때는 유독 인터넷 온라인에서 재미있는 표기들을 많이 주고 받았었다. 마치 한글 표기의 반란의 시대라고나 할까.

나는 그들의 발음에서 종종 묘한 소리를 발견하게 됐었는데 나도 모르게 그런 재기 발랄한 반란에 동참하고 싶었다. 그중에서도 유독 내 관심을 끈 것은 분명 일상 용어는 아니지만 그들의 대화 중에 내뱉는 감탄사의 특이한 발음들이었다. 예를 들자면 잇새로 튀어나오는 교묘한 억센 반치음이 그것이다.

나는 그 소리들을 흘려들으면서 한 편으로는 이 발음을 어떻게 표기하면 될까 하는 재미있는 궁리를 하게 되었다. 그렇게 발음에 대한 관심이 계속되다 보니 원래 있던 훈민정음 반치음 '△'모양에 'ㅊ' 의 윗부분을 추가하여 또 하나의 자음 모양을 파생시켜 만들게 되었다.

이 그림은 그렇게 만든 거친 반치음에 무게를 두고 나타내었다. 이 작품 분위기를 훈민정음을 창제하기 훨씬 이전인 고대의 유물인 것처럼 만들고 싶었다. 마치 고분에서 출토되거나, 아니면 암각화로 새겨놓은 것이 우연히 발견되는 그런 분위기 말이다.

현대의 아이들이 툭툭 내뱉는 언어가 어쩌면 시대를 뛰어넘는 원시적인 표현일지도 모른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원시적인 문화의 모습이 불쑥불쑥 나타났다가 사라지곤 하는 건 아닐까, 그런 생각들로 얼룩졌던 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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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