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실 제4회 개인전
"해녀의 심장"
2022. 7. 6.(수)~7. 16.(토)
심헌갤러리
몸으로 가는 길
네 번째 개인전을 준비했습니다. 전시 준비 중이라고 하면 가족이나 친구들도 저를 피하고 홀로 작업할 시간을 만들어 줍니다. 가장 가까운 남편으로부터 독립된 시간을 가질 수 있고 물리적 공간도 독립되어 있어서 홀로 숨쉬는 자기 자신을 마주할 수 있습니다.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전시를 한다는 것이고 전시를 한다는 것은 전시를 둘러싼 모든 압박감을 받아들이고 압박감으로 밀어붙이겠다는 결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작업실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지만 작업에 대한 순수한 열정만 있는 것이 아니라 숱한 계산을 하면서 시간을 보낼 때가 많고 안 좋은 머리를 돌려가며 기획을 하기도 하고 나의 부족함을 어떻게 포장할까 하는 욕망으로 머리를 이리저리 굴리느라 지칠 때도 있습니다. 이런 허망함, 초조함, 타인을 의식하면서 작업하는 불안한 시간들이 모여서 결정을 내려야 할 순간이 옵니다.
누구를 위해 그리는 거야?
처음으로 돌아오면 나는 숨을 쉬고 있고 지금 이 순간에 있습니다. 허영선 시인의 시에서 만난 해녀 김옥련의 소리를 듣습니다. “그래요 한번 따라해 보셔요. 안 당하면 몰라요.” 김옥련이 바락바락 악을 쓰며 말합니다. “등짝 벗겨지고 쇠거죽채로(소가죽채)로 얻어 맞아보세요.” 어린 해녀의 얇은 등을 할퀴고 지나간 자국들이 선명해지면서 눈앞에 닥쳐오더니 나의 등으로 할퀸 자국들이 올라옵니다. 해녀의 등을 업고, 해녀의 심장을 안고 한동안 있었습니다.
해녀의 심장으로 바닥에 누워 산을 보고
해녀의 심장으로 하도리 바닷가를 걷고 산을 걷고
해녀의 심장으로 어린시절 나의 심장을 더듬고
해녀의 등으로 어린 나의 등을 더듬고
해녀의 몸에서 나의 몸으로 갑니다.
나의 몸으로 나에게로 가기 위해 해녀가 왔었나 봅니다.
2022. 7.
한동리작업실에서 전영실
[보도자료 중에서]
(1) 2021년 제3회 전영실展에서는 동백꽃 봉오리에서 제주 사람들의 심장을 탄생시켰고 해녀 김옥련의 심장 이야기로 사람들을 자신의 심장으로 유인하였다.
(2) 이번에 개최하는 제4회 개인전의 주제는‘해녀의 심장’이며, 작품의 모티브는 피부의 촉감, 냄새 같은 몸이 기억하는 감각이다. 작가는 심장으로 통할 수 있는 길을 ‘감각’이라고 한다. 가장 외곽에 있는 피부(감각)는 몸의 중심인 심장으로 가는 길이다. 해녀의 몸 감각을 통해 해녀의 심장으로 가 본 사람들은 자신의 감각으로 자신의 심장으로 갈 수 있다고 한다.
(3) 작가는 허영선 시인의 시‘해녀 김옥련’에서 스물두살 어린 김옥련이 일제 수탈에 맞서 항쟁하다 감옥에서 고문을 받으며 외치는 소리를 생생하게 듣는다.
“그래요. 한번 당해보세요. 안 당하면 몰라요....등짝을 벗겨 쇠거죽채로 맞아보세요. 물고문 당해보세요....”제주가 고향이고 김옥련이 살았던 하도리 바다를 자주 산책하는 작가에게 김옥련의 소리는 하도리 바다의 파도 소리가 되어 계속 쳐 온다고 한다.
(5) 해녀의 산: 한라산은 제주 사람들의 삶의 한 가운데에 있다. 한라산을 삶과 떼어서 생각하는 제주인은 없을 것이다. 작가는 저 산이 자신을 가장 많이 기억하고 품고 있다고 생각한다. 해녀의 마음도 다 알고 있으면서 위로를 건네고 있다고 한다. 우리의 마음을 다 알고 있고 위로를 보낸다고 한다.
산을 한라산이라고 하지 않고 그냥 산이라고 한 이유는 산은 신처럼 한계없는 무한한 대상이기 때문이다.
(6) 할머니의 냄새: 냄새(감각)가 기억의 중심으로 데려다 주었는데 기억의 중심에는 할머니들이 있었고 그림에 할머니들의 냄새가 있다. 오래된 냄새 안에서 내 안에 계신 할머니들의 존재를 불러낼 수 있었고 그때는 몰랐던 할머니들의 깊은 사랑에 대해 감사할 수 있었다.
(7) 작가는 한라산을 그릴 때 한라산을 보면서 그리지 않는다. 보고 그리게 되면 외형에 치중하게 되어 산에 대한 진심을 담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해녀의 산’ 그림을 보면 산이 의인화되어서 할머니처럼 모든 걸 다 아는 신이 지긋이 내려다보는 느낌을 준다. 작가에게 한라산은 신이기도 하고 할머니이기도 하며 바로 자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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