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승현 설치작업

이승현 서낭대2ㅣ나무 천 종이 150×150×250cmㅣ2003

이승현 서낭대2ㅣ나무 천 종이 150×150×250cm 2003

 

 

한참 솟대 만들기에 빠져 지냈었다.

무엇엔가 집중할 수 없는 긴장의 연속인 일상, 차분히 앉아서 작품을 구상하고 펼쳐놓고 작품을 제작한다는 것은 상상하기도 어려운 그런 상황에서 하찮은 것 하나라도 해 보고 싶었다. 바쁜 일정에 쫓기는 가운데에도 지천으로 널려있는 싸리나무가 눈에 들어왔다. 마음에 드는 모양을 얼마든지 골라가며 솎아내도 수십개는 만들 수 있을 정도로 무성하였다. 잠시 바람 쐬는 셈 치고 빽빽한 싸리나무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서 마음에 드는 모양을 두어 그루 잘라 오니 솟대 만들기는 아주 잠깐이면 끝낼 수 있었다.

적당한 굵기를 한 뼘 정도 길이로 잘라서 새 몸통을, 아주 짧게 잘라서 새 머리 모양을 만들고 구멍을 내고 가는 가지로 새의 목을 깎은 후 끼워서 조립하니 새 모양이 만들어졌다. 새 몸통 가운에 구멍을 내어 기다란 싸리나무 위쪽 가는 부분에 꽂으니 제법 그럴싸한 솟대가 완성되었다. 몇 개를 만들어 보니 쉽게 만든 거였지만 의외로 멋있게 보였다.

결국 가을에 열리는 축제에 솟대를 많이 세워놓는 전시부문을 기획하게 되었다. 재미로 만들던 솟대가 본격적인 전시행사의 어엿한 작품으로 변모한 것이다. 수십 개를 만들다 보니 자다가도 꿈에 솟대가 어른거릴 정도가 되어버렸다. 무엇인가를 만들고 있으면 세상만사 모든 것 다 잊고 푹 빠져든다. 무척 행복한 순간이었다.

.

.

.

.

.

.

.

 

구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