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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현 한글그림

이승현 한글그림 웡이자랑 춤ㅣ판지에 아크릴물감 42×42cmㅣ2019

이승현 한글그림 웡이자랑 춤ㅣ판지에 아크릴물감 42×42cmㅣ2019

 

다섯 번째 개인전의 마지막 작품이다.

이 작품은 갈아주기로 처리하다가 바탕색이 마음에 들지 않자 직접 붓으로 칠해서 마무리했던 게 기억이 난다. 다른 작품들에 비하면 비교적 쉽고 편하게 처리해 버렸기 때문에 나로서는 날림으로 처리했다는 느낌이 들었었고 그렇기 때문에 마음 한 구석이 찜찜했었던 게 사실이다. 그림을 붓으로 그리는 건 당연한 일인데도 말이다.

나의 기법은 내가 게을러지지 않도록 스스로를 엄격하게 관리하기 위해서 고안 해 낸 것이다. 캔버스에 물감을 수없이 덧칠해주면서 바탕을 만들어주고 나서 그 바탕을 의도적으로 갈아주면 재미있는 효과가 나타나는 데 나는 그런 효과를 이용하는 작업을 계속해 오고 있다.

이 작업은 신중하게 계획해서 실행을 하여도 까다로운 점이 있어서 성공하기가 쉽지 않다. 물감을 덧칠할 때는 쌓여가는 물감의 층이 어떤 순서로 이루어지는 지를 짐작할 수 있도록 매번 순서와 횟수를 일일이 기록해야 하고 또 붓과 물감도 항상 같은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관리해야 한다. 그렇게 모든 것들을 잘 관리하면서 일상을 유지하려면 꼭 지켜야 할 규율과도 같은 것이 정해지게 마련인데 만약 그것을 지키지 않으면 큰 낭패를 보도록 되어있다.

제법 오랜 세월 동안 그 규율을 엄격하게 지키면서 작업을 한다고는 하였지만 어떨 때는 긴장이 풀리면서 그림이 엉망이 되어버리는 경우도 있게 마련이고 그럴 때에는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을 붓으로 물감을 덧칠해서 완성하는 수밖에 없었다.

이 작품이 바로 그 대표적인 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