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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현 한글그림

이승현 한글그림 아리랑 3랑ㅣ캔버스에 아크릴물감 53×33.4cmㅣ2014

이승현 한글그림 아리랑 3랑ㅣ캔버스에 아크릴물감 53×33.4cmㅣ2014

 

글자 이 다시 위로 올라왔다. 내가 어두운 미로 속을 헤매디가 새롭게 길을 찾은 것처럼...

고된 작업을 거듭해 갈수록 내 주요 관심사는 작품이 아니라 작업 그 자체였다. 물감이 쌓이게 될 층을 상상하면서 물감을 선택하여 배합하고 칠하고, 다시 다른 색을 선택하여 배합하고 칠하고... 거듭되는 작업 속에서 나는 스스로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묘한 흐름을 발견하게 되었다. 마치 잔잔하게 흐르는 개울물 같은 것이었는데 언젠가 부터 거대한 물줄기가 되어가면서 나를 압도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자 내 마음은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눈을 뜨기 시작하더니 새로운 세상이 펼쳐지는 것을 알아채기 시작하였다. 그런 나날이 반복되다보니 급기야는 거의 개벽에 가까운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하였다. 내 마음에 들어앉아있던 작품에 대한 관심은 온데 간데 없어지고 오로지 그 마음의 흐름, 그 도도한 물줄기와도 같은 흐름에 대해서만 모든 것을 맡기게 되었다. 어쩌면 이제야 비로소 내가 꿈꾸던 내가 되어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다. 이것이 진정한 작업이다. 이렇게 계속해 가자. 그런 게 일상이 되고 그런 작업 속에서 소위 작품이란 것이 이렇게 태어나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