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콕]-502일차 2021. 7. 18(일)
2021년 176
이승현 한글그림(제주) 오꼿 199ㅣ종이에 아크릴물감 19×27.3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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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꼿.
5월 31일 그린 오꼿*이 맨 처음 그린 것이다.
그때는 ’졸지에‘, ’아차 실수로‘, ’덜컥‘, '날름’, ‘후딱’ 등 다양한 느낌을 생각하며 그렸었다.
무언가 뜻하지 않은 일이 벌어져서 매우 당혹스러워 할 때의 느낌을 그리는 것이 내 의도였는데 그 글꼴이 너무 평이해서 그런지 그런 느낌이 나타나질 않았고, 그래서 그게 영 마음에 걸렸었다.
그래서 오늘 다시 그렸다. 공들여 쌓아 올리던 모래탑이 한순간에 무너질 때 이런 표현이 적당할 것 같다.
‘오꼿 멜싸져무런 게’ ‘삽시간에 무너져버렸지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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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꼿(5월 31일 작업메모)
이 말은 표준어로 풀이하기가 어렵다. 굳이 말한다면 ‘졸지에’ 정도가 되지 않을까. 그림 맨 위에는 ‘들러퀴멍 오단’이라는 글귀가 있는데 이것은 ‘날뛰며 오다가’ 정도로 풀이할 수 있다.
아래쪽에는 ‘문드려부렀잰 마씸’이 있는데 이 말은 ‘떨어뜨려버렸대요’ 또는 ‘잃어버렸답니다’라고 풀이할 수 있다. 가운데 크게 넣은 ‘오꼿’과 함께 이어서 말하면 ‘날뛰면서 오다가 그만 졸지에 잃어버답니다.‘라고 그 뜻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니까 ’오꼿‘은 ’졸지에‘, ’아차 실수로‘ 등의 의미로 설명을 할 수 있겠다.
또 이런 경우도 있다. ’엿날인 느네 집이 밧이 경도 하 나신듸 그 작산 밧덜을 느네 큰아방이 노름허멍 오꼿 들러먹어부러시녜‘ ’ 옛날에는 너의 잡안에 밭이 그렇게도 많았었는데 그 엄청난 밭들을 너의 큰아버지가 노름으로 덜컥(또는 날름) 말아먹었잖니‘ 이럴 땐 ’오꼿‘을 ’덜컥‘ 또는 '날름'으로 살짝 돌려서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또 이런 경우도 있을 수 있다.
‘허천 베리당 보난 그 사름은 오꼿 도망가불곡’
‘한눈파는 사이에 그 사람은 후딱 도망가 버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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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뒤의 흐름을 생각하면서 곱씹어보면 그때마다 조금씩 그 맛이 묘하게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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