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콕]-475일차 2021. 6. 21(월)
2021년 149
이승현 한글그림(제주어) 산도록ᄒᆞ다 172ㅣ종이에 아크릴물감 19×27.3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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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도록ᄒᆞ다 - 싸느랗다. 조금 차거나 신선한 느낌이 있다.(개정증보 제주어사전, 제주특별자치도)
그냥 요즘 하는 말로 쉽게 옮기자면 (속이) 시원하다, 서늘하다, 또는 개운하다 정도가 될 것 같다.
어릴 때 자주 듣던 말이고 자라서도 재미 삼아 종종 썼던 말이다. ‘아이고 오목가심이 산도록ᄒᆞ다.’ 요즘 말로 옮기자면 ‘아이고 속이 시원(개운)하다.’ 아마 이쯤 되지 않을까 싶다. 요즘 같은 날씨에 시원한 막걸리 한 잔 쭈욱 마시고 나면 바로 오는 그 느낌 말이다.
어릴 때 기억 하나 더.
나는 4학년 초에 촌에서 시(제주시)에 있는 제주북교로 전학하였는데 그 전에는 그야말로 깡촌 촌놈이었다. 눈알과 웃을 때의 누런 이빨만 새하얗게 보일 정도로 새까맣게 그을려서 그야말로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산과 들로 쏘다니던 시절.
그때 시(제주시)에서 잠시 촌에 다니러 온, 말하자면 제법 문명화된 누군가가 동네 아이들에게 가르쳐 줬던 노래가 생각난다. ‘떴다 떴다 비행기’ 곡조에 맞춰서 불렀던 노래인데 신기하게도 지금도 그 노랫말은 뚜렷하게 기억하고 있다.
아주 공갈 염소똥
일원에 열두 개
배아픈듸 먹으면
산도록허지요
‘산도록 허지요’를 당시 어른들이 발음한다면 ‘산도록ᄒᆞ지요’, 아마 그랬을 것 같다. 하지만 그렇지 않고 ‘산도록허지요’라고 한 것은 아마 당시에 노래를 전해준 이가 아래아 발음이 잘 안 되는 젊은 세대여서 그랬던 것 같다.
나도 어린 나이 4학년 때 개회된(?) 제주시로 옮겨서 자랐지만 희한하게도 지금도 의식해서 발음하면 아래아 발음이 된다. 대체로 안되는 사람들은 그냥 편하게 'ㅗ' 아니면 'ㅓ'로 바꾸어서 발음하고 있는데 그런 경우에는 아래아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아래아와 'ㅗ' 발음을 구분하지 않고 마구 쓰는 바람에 그 뜻은 사라지고 요상한 발음들만 남아서 엉뚱한 오해를 하게 만드는 경우가 많은데 그걸 제주어라고 좋아라 하는 건 약간 문제가 있다고 본다.
대표적인 예가 ㅇ..망지다.
이걸 요망지다라고 말하고 쓰고 있다. 그 숨은 뜻이야 설명으로 옮기면 되겠지만 제주사람에 대한 편견이 심한 육지사람들의 경우, 그걸 듣고 깊이 생각하려 하겠는가. 그냥 제주사람들은 요망스러운 걸 좋아한다고 왜곡해서 받아들여버릴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제주인들 스스로가 제주의 문화를 왜곡하여 알리는 경우가 많지는 않은지 한 번쯤은 되돌아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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