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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전시안내

이경재 제5회 개인전 내가 사랑한 제주 II

 

이경재 2020 제5회개인전 제주 이아예술공간

바람의 휴머니즘을 찾는 마음의 귀향 - 이경재의 귀향, 내가 사랑한 제주전에 부쳐-

미술평론가 김유정

<부분 발췌>

마음 먼저 오다

이경재의 귀향은 몸을 육지에 두고 마음만을 보낸 귀향이다. 고향 생각이라는 그 마음은 산과 바다를 건너 제주에 머물다 가는 생각으로 구성된 이미지의 기억이다. 마음은 나의 실체이고 라는 몸에서 생겨나는 자발적 행위라고 할 수 있는 심리 상태로써 그 마음은 스스로 대상(고향) 때문에 일어나는 의 욕구이다. 고향을 그리기로 마음 먹었다는 것은 고향 제주에서 생각할 일이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마음으로의 귀향은 실제로 귀향하지 않은 기억의 되살림이고, 지난 시간의 기억들을 제주로부터 표현하겠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이경재가 생각하는 고향 제주의 표상들은 지정학적 의미의 섬, 그것을 안팎으로 가로막는 바다, 그 땅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바람, 그리고 바람 타는 돌담, 야생의 나무와 풀꽃, 돌의 부르짖음, 역사의 그림자에 비치는 저항과 투쟁, 최남단 한라산에서 최북단 백두산까지, 제주에서 그것들을 사유하고 있다. (……) 그리고 그 끝 점은 통일을 향한 바람으로 표현되는 파도의 일렁임 곧, 의인화(擬人化)로 상징화 된다.

이경재 제5회개인전-018-화산섬-한라산이보이는풍경-목판화

남에서 부는 바람

제주 역사에서 통일을 바라는 마음은 마치 바다의 여()처럼 들물에 잠기고 나는 물에 뜨기를 무려 70여 년의 성상이 지났지만 통일의 기미는 미동하지도 않은 채 다시 물에 잠겼다. 한반도에서 맨 먼저 통일을 꿈꿨던 탄환 같은 섬 제주로부터 그 염원이 시작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세계화에 대한 전망은 어두워지고, 미래 한반도의 정치적 변화에는 분명하게 21세기 한반도식 예술의 참여도 기다린다.

 

이경재 제5회개인전-015-한라에서백두까지-한라산

 

이경재 제5회개인전-014-이녁의땅

 

예술은 상징세계와의 대화라는 전제로 보면, 이경재는 강에서 고향 제주바다를 투영하고, 교정의 포플러 나무에서 올레의 폭낭을 본다. 소에게서 목장의 역사를 떠올리고, 한라산을 기억하며 백두산을 그린다. 연상이란 매우 자연스러운 것이다. 기억하고 싶지 않아도 기억나는 것들, 역사는 희망이기도 하지만 괴로운 절망이기도 하다. 역사의 기억은 이런 개념의 이중성에 살고 있지만 이경재는 그 둘 사이 고향의 사물들에서 현실세계를 보고 있다. 맹자의 민본(民本) 사상이 오늘날 새로운 정의와 절차적 민주주의를 재정립하게 만드는 2020. 이경재는 마음의 귀향에서 휴머니즘의 새 기운을 찾고 있다.

 

이경재 제5회개인전-016-한라에서백두까지-백두산

 

<이경재 작업노트에서>

화산섬의 돌을 그린다.

이경재 제5회개인전-007-만남Ⅰ

 

이경재 제5회개인전-008-화산섬

 

 

이경재 제5회개인전-009-만남Ⅱ

 

구멍이 숭숭 난 현무암. 상처이기도 하며 흔적이기도 하다는 생각이다. 다시 제주의 민중들을 생각한다. 수탈의 역사에서 저항의 역사로 온전치 않았던 시대의 질문이기도 하며 새로운 세상을 향한 꽃으로 환생하는 빛이 나는 돌에 조선 시대 민화의 그림처럼 두 마리의 나비를 그렸다. 암흑 속에서도 피어나는 한 송이 꽃 그리고 그 향을 찾아 나선 한 쌍의 나비.

 

이경재 제5회개인전-017-이녁의땅Ⅱ

팽나무도 그린다.

내가 생각하는 제주도를 상징하는 나무이기도 하다. 뭔가 심상치 않다. 바람 방향 따라 해안에서 중산간 방향으로 길게 뻗은 형상도 있다. 딛고 일어서려는 역발상이기도 하며 한쪽 날개로 펄럭이는 어찌 보면 반쪽이다. 우리들의 자화상이기도 하며 현실을 직시하라는 메시지가 담겨있다. 두 개가 엉켜있는 팽나무도 있다. 육중한 버팀으로써의 매력이 있다. 모든 시련의 외풍에 흔들리지 말고 굳건하고 당당하게 서 있는 마을 지킴이다. 현실에서의 민중의 모든 바람을 너의 몸으로 깊이 받아 세상에 널리 퍼트리라는 기원이기도 하다. 설치와 영상, 회화가 조합된 9m 크기의 이녁의 땅의 팽나무는 제주 4·3 70주년 전시에 출품했던 작품으로 제주 4·3의 정신 속에는 통일의 꿈이 내포되어 있었음을 표현하려고 하였다. 영상은 태풍 전야의 파도의 모습을 2배속 느리게 편집하여 흑백의 시대와 피로 물든 당시의 느낌을 표현한 것이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당시의 비현실적 상황을 담아보려 한 것이다. 세로로 돌출된 천은 한반도 형상과 제주 4·3 사건 진상조사보고서를 투각으로 표현하여 조명의 빛이 투사되어 가로로 설치된 작품에 비치도록 하였고, 바닥에 놓인 설치물은 해방 이후를 상징하는 태극기의 태극 문양 위에 낙동강의 조약돌과 제주 해안가의 작은 돌을 섞어 배치하였다, 흐르는 강과 바다의 만남처럼 늘 남과 북이 연결되었으면 하는 작가의 현실적 바람과 그 중심에 물 한 그릇을 올려 4·3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고자 하였다.

이경재 제5회개인전-021-장복밭의팽나무-목판화

 

주 북천에서의 수크령 작품은 낙동강이 흐르는 지천에서의 모습과 제주 해안가에서 보이는 모습에서 착안하여 실제 모습만을 두드러지게 표현한 것으로 물속 고기들의 몸놀림은 저러했을 것이라는 상상을 하곤 한다. 살랑거리는 바람에도 흔들리는 자유로움과 바람의 힘을 거스르지 않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이리로 튈지 저리로 튈지 분간할 수 없다. 어지러운 물의 흐름인 난류의 기운일 수도 있다. 자연은 복잡 미묘한 것 같으면서도 나름의 질서가 있다. 강과 바다가 스스로의 힘으로 정화되는 것처럼 막힘이 없이 늘 흐르는 운동이 있어야 한다. 나의 작품은 운동의 순간을 잡았으되 그림을 그리기 위한 수단의 찰나일 뿐 그 내적인 힘에 무게를 두고자 한다. 완성된 작품 마지막에는 큰 평 붓에 물감을 묻혀서 뿌린다. 전에는 붓으로 그리던 점이 더 불규칙하고 자연스럽게 확장되었다.

이경재 제5회개인전-011-북천에서Ⅰ
이경재 제5회개인전-012-북천에서Ⅱ

 

판화작품은 그간 꾸준하게 나름 시간을 내며 표현한 것이다. 회화(그림) 작품은 한 장소에서 꾸준하게 집중하며 그려야 하지만 판화는 작가의 설정에 따라 계획이 잡히면 잠깐 시간의 간격을 두면서도 작업할 수 있겠다는 나름의 방향성이다. 어떤 작품은 회화(그림)와 판화가 똑같은 작품이 있는가 하면 다른 작품도 있다. 판화를 표현하는 이유는 회화보다도 더 단순 명쾌하게 전달하길 바라는 나름의 생각에서이다. 또한 제주 화산섬과도 어울리겠다는 것과 흑과 백이라는 화면 배치의 조화, 나만의 작업 방식이다. 목판화는 과거 1997년도 공방 을 만들어 실크스크린을 공부할 때 잠깐 시간을 내면서 표현했었다. 그러다가 2012년 낙동강 주변을 탐색하며 벼의 밑동인 그루터기 연작을 통해 발표하다가 2014년도 내가 사랑한 제주귀향전시를 통해 제주도의 풍광을 담기 시작한 것이다. ’화산섬-백파연작 이후 이번 전시회에 더 많은 작품을 발표하게 되었다. 1997년 실크스크린을 공부할 때 만든 판화 작품도 전시된다.

이경재 제5회개인전-018-화산섬-한라산이보이는풍경-목판화

 

이경재 제5회개인전-019-돌하르방-목판화

 

이경재 제5회개인전-020-다랑쉬오름-목판화

 

이경재 제5회개인전-021-장복밭의팽나무-목판화

 

이경재 제5회개인전-022-한쪽날개-목판화

 

이경재 제5회개인전-023-북천에서Ⅰ-목판화

 

이경재 제5회개인전-024-북천에서Ⅱ-목판화

 

이경재 제5회개인전-025-이녁의땅-목판화

 

이경재 제5회개인전-026-한라에서백두까지-백두산-목판화

 

이경재 제5회개인전-027-껍데기는가라-목판화

 

이경재 제5회개인전-028-그루터기-목판화

 

이경재 제5회개인전-029-거센바람이불어와도-실크스크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