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콕]-406일차 2021. 4. 13(화)
2021년 080
이승현 한글그림 피리소리 103ㅣ종이에 아크릴물감 27.3×19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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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든 막피리를 불면서 놀기]
나에게도 버킷리스트가 있다. 그중에 악기 하나 정도는 다룰 수 있으면 좋겠다는 것도 있다. 하지만 악기라는 것이 마음먹은 것처럼 쉽게 다룰 수 있는 것이 아니라서 나에게 딱 맞는 악기를 찾는데는 제법 오랜 세월이 걸렸다.
내가 원하는 악기는 크기도 적당하고 소리가 부드러워야 한다. 보관하는데 공간을 차지하지 않으면서 아파트에서 가지고 놀아도 밖에서 시끄럽다는 느낌이 들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우연한 기회에 아이리쉬휘슬이라는 악기를 알게 되었다. 가격도 부담이 안 되는 데다 우선 다루기가 매우 쉬운 것이 이 악기의 매력이다. 내가 아는 노래는 배우지 않아도 불 수 있을 정도이니까!
부는 악기의 단점은 맞는 key가 한 가지밖에 없다는 것이다. 인터넷에서 우선 로우 D 키(key)를 하나 골라서 샀다. 로우 키, 즉 낮은 D key는 우리 악기 대금과 크기나 소리가 비슷하다. 문제는 D 키 외에는 불 수 없다는 것이었다. 내가 불어보고 싶은 많은 음악들 중에서 맞는 키를 찾으니 겨우 서너 곡 밖에 안 되었다.
정작 불고 싶은 곡은 키가 C, Eb, F 등 다양하다. 해결책을 찾다가 결국은 내가 직접 만들기로 하였다. 작업을 마치고 저녁에 쉬고 놀 때나 한겨울, 한여름 집에서 지내야 할 때는 틈틈이 피리를 만들어 왔다.
그렇게 몇 년이 흘렀는데 요즘에는 그렇게 만든 악기(아이리쉬휘슬이긴 하지만 나는 '막피리'라고 이름을 지어놓고 그냥 피리라고 부르고 있다.) 소리가 제법 내 마음에 든다.
늦은 오후에 잠시 쉬면서 막걸리 한 사발 마시고 피리를 불면서 쉬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특히 요즘 같은 집콕 생활에는 더더욱 그렇다.
어찌 보면 이런 것도 내 작업의 영역에 포함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심지어 몇 년 전에는 그림 속에 내 악기를 얹어서 작품의 일부가 되도록 만들기도 했었다. 이 막피리는 앞으로도 매우 소중한 내 벗으로 남아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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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현한글그림 #막피리 #아이리쉬 휘슬 #피리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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