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콕]-584일차 2021. 10. 8(금)
2021년 258
이승현 한글그림(모음창제 기본자) 천(아래아) 281ㅣ종이에 아크릴물감 19×27.3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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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음 창제 원리 천지인天地人 중에서 ‘,’ (천-아래아)를 그렸다. 점획을 대하면 떠오르는 -시작도 끝도 알 수 없는 무한한 우주- 그 속으로 깊이 빨려 들어가는 그런 느낌을 점획이 확대되어가는 모습으로 나타내면 좋겠다는 구상을 하였다.
붓 한 자루에 물감을 듬뿍 묻히고 중심에 점을 찍고 나서 바림(그러데이션) 효과를 내면서 동그라미를 점점 밖으로 굴려댔다. 그리다 보니 점점 마음에 안 드는 부분들이 자꾸 생겨나고 그것을 고쳐 그리고 그렇게 자꾸 반복되는 작업이 이어졌다.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헀는데 막상 해 보니 이게 만만치가 않다. 하다 하다 보니 멍 해져서 내가 진짜 우주에 디녀왔나 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한참을 헤매다가 겨우 마무리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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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래아 발음에서 향수를 느낀다.
고향 제주를 생각하면 당장 같이 떠오르는 것들이 많은데 그 증에는 ‘아래아’ 발음이 들어간 말들이 있다. 내가 육지 생활을 한지(군 복무기간까지 합치면) 37년여를 지난 지금까지도 ᄀᆞ치, ᄂᆞᆷ삐, ᄃᆞᆰ새기, ᄆᆞᆷ국, ᄆᆞᆯ... 등 아래아 발음은 항상 되뇌면서 생활한다.
어려서부터 듣고 익히 쓰던 이 아래아 발음은 항상 입에 익어 있다. 혓바닥은 약간 단단하게 뭉치면서 목으로 당기듯이 ‘ㄱ’ 모양을 이루면서 목구멍을 둥그렇게 만들어 뻥 뚫린 듯한 느낌이 들게 해서 발음을 한다.
‘아’ 보다는 매우 깊고 약간 무거운 듯 하지만 그렇게 어둡지만은 않은 느낌이 든다. 이 발음을 하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뭔가 포근히 감싸는 듯한 느낌이 든다. 얼핏 한라산이 떠오를 때도 있고...
한라산은 내 소중한 신앙의 대상인데 이 '아래아'도 그에 못지않게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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