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각종 전시안내

2009 꼼지락꼼지락 展

명예퇴직 신청을 할 생각은 아예 하지도 않던 이태 전에, 평생 꿈 꿔 오던 아이들 작품을 모아서 하는 전시를 과감하게 해 치울 수 있게 되었다.

그 동안 수업하며 모아 두었던 아이들 작품을 한 곳에 늘어 놓고 봤으면 하는 단순한 욕심에서 출발한 것인 데, 해를 거듭하면서 점점 일을 키우게 된 것이다. 기왕 모아놓고 볼 거라면 차라리 제대로 된 전시회를 하는 것이 낫지 않겠냐는 생각이 들게 된 것이다. 작정한 이상 그냥 있을 수는 없는 일, 틈만 나면 전시장 구할 궁리를 하며 발품을 팔았다.

당시 근무하는 학교는 상주에 있었지만 여러 학교 작품을 모아서 할 전시이기 때문에, 기왕이면 수도권에도 선보이면 좋겠다 싶어서 상주지역과 서울 양쪽 순회전을 염두에 두고 전시장을 구하기로 했다.

 

 

상주에서는 상주도서관을 잠정적으로 정해 놓고 서울, 특히 인사동 주변을 샅샅이 뒤졌다. 주말마다 서울로 올라가다시피 했다. 그러다가 우연히 알게 된 것이 정독도서관 갤러리이다.

 [정독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는 정독 도서관]

 

일단 대관료가 무료라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일개 교사가 개인 주머니를 털어서 하는 전시인데 어디 손 벌리기도 그렇고  어떤 형태의 협찬도 거부하기로 마음먹고 있었던 터여서 경비는 최소화 해야했었다. 누가 보더라도 떳떳하고 싶었고 그 누구에게도 간섭받고 싶지 않았다.  그러니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공간문제는 한푼 안들이고 해결하게 되었다. 게다가 아주 유서깊은 건물이 아니가.

 

 

[유서 깊은 건물, 근대건축 등록 문화재이다]

상주지역은 상주도서관의 협조로 전시장소 문제는 모두 해결이 되었다. 서울과 상주 순회전이 확정된 것. 이제부터는 걸릴 것이 없으니, 겨울 방학과 봄방학 중 적당한 시기에 모든 것을 해 치우기만 하면 된다.

[상주도서관, 지금은 현대식으로 바뀌었지만 당시는 이런 모습이었다.]

겨울방학이 되자마자 모든 준비를 착착 진행시켰다. 달리 일이랄 것도 없다. 평소에 모아 두었던 작품들을 포장해서 일정에 맞게 택배로 보내면 그만이다. 일정에 맞춰 세부계획을 정해 놓고 일을 추진하였다. 이 세상에 단 하나 뿐인 책(아이들 각자가 만든 책들이 수백권이다. 전시를 마치고 나면 2월달 개학하면 나눠주기로 했다)들이 무려 수백권, 그 책들을 전시장에 늘어 놓으면 되고, 평면작업은 벽에 붙여 주면 그만이다.

[꼼지락 꼼지락 전시홍보용 베너]

 

많은 사람이 왜 '꼼지락꼼지락'이냐고 자꾸 묻는다. 거기에는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2008년도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캘리그라피 실기수업을 하는 중에 한 아이(지금 밝힐 단계는 아니지만 언젠가는 이 아이가 누구인지 밝히고 싶다. 시를 쓰지만 조형감각도 뛰어난 아이다 그냥 '잠룡'이라고 해 두자-이름이 비슷하니까.)가 꼼지락꼼지락이라는 글씨를 먹물로 써서 보여주며 어떠냐고 했다.

아이들에게 보여주는 순간 미술실이 떠나가라 폭소가 터져 나왔다. 글씨가 꼼지락꼼지락 거리고 있었던 것이다. 모두가 한참을 그렇게 웃었다. 그 글씨가 바로 베너에 있는 글씨이다.  그렇게 애깃 거리가 있는 작품이니 당연히 고이 모셔 두는게 당연하지 않겠는가.

연말에 이런 전시를 계획하게 되니 명칭도 전시성격에 잘 맞게 지어서 쓰는 게 좋겠길래, 수업 중에 아이들과 상의하는 과정에서 몇가지 안을 내었더니, 아이들의 의견은 '꼼지락 꼼지락'이 대세였다. 아이 작품 덕분에 전시명칭은 멋진 것을 건진 셈이다.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이 갑자기 일을 벌리고 일사천리로 진행하고 나니 이제 좀 먹먹하던 가슴 한구석이 뻥 뚤려오는 듯 하였다. 사람은 한치 앞도 모르고 산다. 내가 명예퇴직을 하리란 생각은 아예 상상도 못했었다. 나는 당당한 교사라고 자부 했었다. 1, 2년새 이렇 게 무기력해지고, 자괴감에 빠질 줄은 몰랐던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이 전시를 하지 못했다면 얼마나 평생의 짐이 됐을까........생각만 해도 옆구리 한 켠에 뻥 뚤린 곳에서 바람소리가 음산하게 들릴 듯 하다.  

 

[아이들이 수업 중에 제작한 각종 수업 결과물]

'내 평생 교직에 몸담았으니 화가이기 전에 교사이다. 그러니 교사로서 할 일은 할 수 있는 데 까지 다 해보자.' 이것이 당시  솔직한 내 심정이었다. 교직에 몸 담고 있으면서 어정쩡하게 작품을 하는 것도, 안 하는 것도 아닌, 반 쯤 걸친 내 모습을 어떤 형태로든 정당화하고 싶었던 것이다.

평생 빚진 부채를 청산하는 마음으로 일을 추진하니, 그토록 어깨를 짖누르던 짐을 한 둘 내려 놓 듯이 마음이 편하여 졌다. 이제 조금씩 앞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게 바로 삶이구나.' 무지몽매로 일관 해 온 어리석은 눈에도 비로소 어렴풋하게나마 '삶'이란 것이 보이는 듯하였다. 이제 빚을 조금이나마 갚는다고 생각하니 용기가 생긴다.

[정독갤러리, 정독도서관에서 운영하는 각종 문화교실에 오는 분들도 함께 관람을]

 

[정독갤러리, 현장에서 전각 찍어보기 체험학습도 겸했다.]             

 

[정독갤러리, 꼼지락꼼지락전- 아이들이 1년 동안 제작한 작품을 모아 책으로 엮었다]  

 

                   

[정독갤러리, 중앙 천정에서 늘어뜨린 작품-아이들 작품을 전시장에서 바로 찍어서 걸었다.] 

[정독갤러리, 미술교육에 대하여 열정적으로 많은 말씀을 하셨던 그 분]

                                                                                       

 

전시를 마치며,  많은 것을 내려 놓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많이 쥐지 말자. 놓자. 놓을수 있는 데 까지 놔 버리자. 그렇게 놔 버리는 연습을 이제 시작한다. 그래도 30년이 걸릴 지, 1년 만에 끝 날지도 모르는 게 우리네 삶이다. 과연 어디까지 갈까? 알 수도 없다. 이제 짐을 조금씩은 벗어도 편하지 않을까? 모처럼 당다아하게 어깨를 펴고 목에 힘도 주었다. 이젠 내가 작품 활동을 하여도 조금은 떳떳할 것 같다. 매일 송곳을 들여다보며 사는 것 같던 하루 하루가 여유롭게 와 닿는다.

그렇게 내 중년의 생은 고비를 넘기고 있었던 가 보다.  

 




  [2009 꼼지락 이승현 수업결과물전시 행사개요]

1. 상주전시
기간 : 2010. 2. 3(수)~7(일)
장소 : 경상북도립 상주도서관 신관 101호 강의실
경북 상주시 남성동 118-3번지 전화 : 054-530-6300

2. 서울전시
기간 : 2010. 1. 20(수)~26(화)
장소 : 정독도서관 정독갤러리
서울시 종로구 북촌길19 (화동 2번지) 문화활동 지원과 : 02-2011-5774

3. 작품 소개
가. 미술 수업 중에 제작한 학생전각작품을 모아 찍은 인보印譜
나. 수업 결과물을 책자 형식으로 엮은 작품집
다. 기타 평면작품

4. 참가대상 학교 및 기간

상주여자고등학교 (2005~2009)
가은중․고등학교 (2002~2004)
안동여자고등학교 (1997~2001)
김천여자고등학교(1994~1996)

5. 전시기획 및 주관- 이승현



[음악-리코더소년 태영이의 아리랑]